미국산 자동차 규제 완화 싸고 접점 찾기 ‘기싸움’
입력 2010-11-08 21:33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 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의 일괄타결을 위한 치열한 기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핵심 쟁점인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규제 완화 요구 중 자동차 안전, 연료소비효율(연비) 규제 및 관세환급제 등에 대해서는 부분 수용키로 가닥을 잡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통상장관회의를 갖고 한·미 FTA 쟁점 현안에 대한 최종 담판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이에 정부는 오후 9시부터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회의 경과를 보고받은 뒤 최종 협상 타결 전략을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통상장관회담 후 “자동차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안전과 기후 변화 대응 등의 정책 목표 달성 측면과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수출되는 데 있어서) 과도한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측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게 과제”라며 “9일에도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연간 판매량 1만대 이하인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9월 환경부가 입법 고시한 연비, 온실가스 배출허용 기준(국내 판매량이 소규모인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 별도기준 적용)에 따라 협정문 수정 없이 예외를 인정할 기준(국내 판매대수)과 예외인정 기한 등에 대해 협의 중이다.
협정 발효 5년 뒤부터 관세환급을 5%로 제한한 한·유럽연합(EU) FTA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관세환급제도에 대한 축소 요구도 합의 가능성이 높다. 관세환급은 한국 완성차에 사용된 제3국의 수입 부품에 물렸던 관세를 되돌려 받는 제도다. 협정문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 부속서나 양해서한으로 합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10년간 25%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토록 한 한국산 픽업트럭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이 수입되면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관세 유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협정문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절대 불가’란 입장이다.
쇠고기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온 게 사실이고 국내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쇠고기 문제는 FTA와 무관하다는 게 우리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아직 논의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