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D-2] 정상급 33명 좌석 배치 ‘정치 방정식’ 숨어 있다

입력 2010-11-09 00:18


각국 정상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수장 등 33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회의장인 코엑스(COEX). 벌써부터 각국의 관심은 ‘누구 옆에 누가 앉느냐’로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G20 정상회의가 열릴 코엑스를 둘러보며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자를) 바짝 붙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자리 배치가 각국 정상들에 대한 예우와 국제 관계까지 반영해야 함을 감안,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테이블 좌석은 통상 의장국이 정중앙에 앉고 의전 서열 순서에 따라 좌우로 번갈아 가며 한 명씩 메우게 된다. 의전 서열에 따른 원칙은 국가원수 그룹, 정부수반(총리) 그룹, 국제기구대표 그룹으로 나눠 자리를 배치하는 것이다. 정상들은 취임 순서가 가장 빠른 정상일수록 높은 서열을 차지한다. 취임일이 같다면 연장자를 우선한다. 국제기구대표들은 유엔 사무총장을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 국제기구들은 기구 설립연도 순으로 매겨진다.

다만 의사 진행의 효율성과 특별한 의전적 고려에 따라 의장국 재량으로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통상 정상회의 의장국과 직전 의장국, 차기 의장국이 나란히 앉는다. 지난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도 의장인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옆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좌우에 앉았다. 오바마 대통령 옆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앉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의장국인 캐나다의 재량권이 반영된 조치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재량권이 반영됐다. 정중앙에 착석하는 주최국 정상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왼쪽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각각 포진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르코지 대통령 옆에 자리하게 되고 하퍼 캐나다 총리는 캐머런 총리 옆에 나란히 앉는다. 5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들은 의전 순서에 따르게 되므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후 중국 국가주석,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순으로 각각 오른쪽과 왼쪽에 번갈아 앉는다.

오찬과 만찬장의 자리 배치도 관심사다. 특히 오찬과 만찬장은 여러 개 테이블로 나뉘는 성격상 어느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국가 간 외교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

지난해 4월 열린 런던 회의에서는 의장국인 영국이 만찬장 자리 배치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이 대통령을 비롯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정상들과 함께해 화제가 됐었다. 아시아가 국제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오찬이나 만잔장에서는 후 주석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이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한다. 이어 11일 저녁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5명씩 앉는 테이블에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전 차원을 넘는 미묘한 국제 관계까지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위 측에서는 여전히 각국에 통보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