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청목회 ‘지뢰’ 널려 예산국회 첫날부터 파행
입력 2010-11-09 09:12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와 관련한 검찰의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여파로 8일 시작된 국회 상임위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곳곳에서 파행을 빚었다.
이귀남 법무장관이 출석한 법사위를 비롯한 9개 상임위는 예정대로 전체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맹비난하면서 예산안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특히 민생법안 심사가 예정됐던 법사위는 회의 시작 전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이 장관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현안보고에서 여야는 검찰 압수수색의 정당성과 수사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목회와 관련된 국회의원 후원내역이 선관위에 제출돼 있고, 검찰이 후원명부를 제출받으면 된다”면서 “대통령 측근은 다 해외로 도피하게 하고, 민간인 사찰은 컴퓨터 하드가 깨질 때까지 놔두면서 국회의원 압수수색은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왕 차관이 대포폰 사건의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는데,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이 모 서울 북부지검장과 박 차관은 경북 칠곡 동향에다가 한 분은 대구 오성고 13회(박 차관), 또 다른 한 분은 14회 졸업생”이라며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국면 전환용으로) 갑자기 압수수색을 해서 대포폰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도 “언론에는 이 장관이 압수수색을 사전에 알았다는 식으로 보도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검찰의 수사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선관위 자료를 보면 얼마든지 국회의원 후원과 관련된 확인이 가능한데 굳이 압수수색을 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 당 이두아 의원도 “검찰의 청목회 관련 수사가 과잉수사라는데 일리가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반면 검사 출신인 박준선 의원은 “국회의원도 활동 중 불법을 저지르면 조사를 받아야 하고, 그걸 국회모독이라는 것은 특권의식”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검찰수사에 국면 전환용 취지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과잉수사 지적에는 “검찰이 정상적인 절차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정상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적법 절차임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압수수색 사전 인지여부와 관련해서도 “저는 물론이고 국무총리도, 청와대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는 압수수색을 당한 의원들이 검찰을 상대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 입장에서 비통하다”면서 “10만원 소액후원금 제도가 마치 입법의 대가인 것처럼 몰아가면 국회의원은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도 “피의사실이 언론에 공표되면서 의원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검찰이 본 의원의 혐의를 밝히지 못하고 기소하지 못하면 모든 사태의 책임을 검찰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와 지식경제위, 환경노동위 등의 전체회의에서도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문제 삼으면서 예정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정회하는 등 국회는 하루 종일 압수수색 후유증에 시달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