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뇌부, 美 포위전략 맞서 ‘우군 확보’ 외교 공세
입력 2010-11-08 21:54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최근 잇따라 해외순방에 나서는 등 중국이 전방위 외교공세에 나섰다. 최근 환율과 영토분쟁 등으로 미국, 일본 등과 갈등을 빚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란 관측이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8일 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 폐막을 계기로 수뇌부가 대거 동원된 ‘적극적 다변외교’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유럽, 중동 이어 아시아까지=후 주석은 4∼7일 프랑스와 포르투갈을 방문해 각각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와 만나 양국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후 주석은 프랑스에서 200억 달러 상당의 경제협력을 체결함으로써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포르투갈에서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후 주석은 프랑스와 포르투갈로부터 국제문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후 주석은 순방기간 중국이 유럽을 중시한다는 강한 이미지를 남겼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초특급 영접에 나서는 등 유럽도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국 대표단이 9∼10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시리아, 폴란드, 오만,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이다. 중국은 유럽과 중동에 이어 아시아로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지난 3일 출발해 오는 13일까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3국 방문길에 올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달 28∼30일 제1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계기로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아세안 정상들과 집중적인 양자회담을 가졌다. 원 총리는 다음 달 경쟁관계이면서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인도도 방문할 예정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은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총리와 회담했다.
◇최고지도부 9명 중 5명 전방위 외교=권력을 균점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최고지도부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5명이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전방위 외교활동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인민일보는 이 같은 적극적인 다변외교를 통해 국제정세와 핵심적인 국제현안에 대한 중국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을 포함한 영토 및 해양 주권문제를 주변국과 타협해 처리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방안 찾기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유럽 및 아시아 외교역량 강화는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측면이 많다”면서 “특히 최근 환율 및 영토분쟁으로 반중국 정서가 불거질 수 있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우호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