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 국내투자 극심한 ‘편식’
입력 2010-11-08 18:29
실물시장 “NO”… 금융시장 “OK”
돈은 쏟아져 들어오지만 정작 도움되는 돈은 찾기 어렵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등으로 달러가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는 외국자본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자본이 금융시장으로 쏠리고 실물시장은 외면하는 등 심한 편식을 보이는 추세다.
◇주식 채권시장에 쏟아지는 달러=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이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값)한 상장주식 규모는 17조2905억원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와 환율전쟁으로 글로벌 유동성(떠도는 자본)이 팽창하기 시작했던 9월 이후 주식 매수액이 급증했다.
8월 3407억원 매도우위였던 외국인 주식매매 동향은 9월 3조7209억원, 10월 5조1151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불과 두 달간 순매수 규모는 올 1∼7월 순매수 액수(8조7952억원)를 뛰어넘었다.
채권매수 역시 외국인이 지난달 4조3357억원을 순투자(매수-매도-만기상환액)하면서 올 1∼10월 총 21조1370억원을 순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조2821억원보다 22%나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은 “양적완화 조치로 미국 시장을 떠나는 달러들이 상대적으로 경제 여건이 좋은 우리나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투자는 이탈 중=단기성과를 좇는 금융자본은 봇물을 이루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설비투자 등 고용 창출에 도움을 주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정반대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자료를 보면 3분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은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외인 지분 매각 등의 영향으로 7억1100만 달러 유출초(국내로의 외국투자유입액보다 자본회수액이 더 많은 것)를 기록했다. 분기별로는 2006년 3분기(14억9000만 달러 유출초) 이후 4년 만에 최대 유출초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성적은 더 안 좋다. 올 1∼3분기 외국인 직접투자는 1억5000만 달러 유출초를 보여 같은 기간으로 역대 가장 많은 외국투자액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지식경제부 조사 결과 유출 규모를 제외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올 들어 9월까지 72억6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억1900만 달러)보다 9.4% 감소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세계경제의 회복세 지연과 원화 강세 등이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본의 국내 투자 편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이 몰려들 경우 금융자산이 과도하게 상승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제자유구역 정비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해외 투자가 국내 생산현장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