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착오적 “공안 통치” 주장
입력 2010-11-08 17:39
검찰의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원 보좌관 등의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고, 총리실 민간인 사찰과 스폰서 검사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분리 법개정을 들고 나와 검찰을 겁박했다. ‘이명박 정권의 공안통치’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표현은 검찰 수사가 기획성 수사임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이번 수사가 후원금과 관련된 절대 기준이 되어 자신들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야당은 검찰의 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반격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사안에 영장 발부를 꺼리는 요즘의 법원이 영장을 허가한 사안이고 보면 압수수색은 필요했다고 봐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청목회는 후원금이 정치자금법과 뇌물죄에 해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법리를 검토했다. 가족 이름으로 후원 계좌에 송금을 했고, 일부 의원 보좌진은 후원금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검찰은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할 방침이며, 의원에 대해서는 뇌물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두고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스폰서·그랜저 검사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덮기 위한 과잉수사라는 시각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대포폰 의혹이 새로 불거진 민간인 사찰이나 스폰서·그랜저 검사 건에 대해서도 입법 로비 수사와 동등한 강도의 수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대포폰과 관련해 “무슨 통화를 했는지, 왜 빌렸는지를 추궁했으나 명확한 대답을 못 들었다고 보고받았다”고 답변했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허술하다고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공수처 설치가 재론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은 검찰과 정치권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막고 불법 후원금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