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순만] 국가인권위
입력 2010-11-08 17:41
국가인권위원회의 파열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창국·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16명의 전임 인권위원들이 8일 현병철 위원장에게 “최근 인권위 파행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처신을 취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3명의 상임위원 중 유남영 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지난 1일 현 위원장의 조직운영 방식에 반발해 사퇴키로 하면서 인권위가 크게 흔들렸다. 혼자 남은 장향숙 상임위원도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 중 퇴장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뭇매를 맞아 왔다. 현 위원장의 인권 분야 인지도, 조직 운영방식,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등에 대한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이들 시비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인권위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오면서 나타난 정치적 편향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과거 인권위가 진보 편향으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현 인권위는 권력 눈치보기, 행정부로부터의 독립 등에 대한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권’을 보수나 진보의 정치 편향적인 저울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양심의 저울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판단의 저울은 단 10년을 버티기 어렵지만, 양심의 저울은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인권은 인간의 유한한 계산법이 아닌 ‘하늘의 저울’로부터 측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권고를 기억한다. 납북자 가족이 연좌제로 당한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가 명예회복과 보상을 하라는 2004년 5월 권고. 분단 상황에서 국가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했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준 권고는 얼마나 신선한가. 초등학생의 일기를 검사하는 학교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2005년 3월 권고도 산뜻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인권위는 1993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설립된 인권 최후의 보루다. 우리나라는 2001년 11월 25일 출범했다. 그동안 4만9500건이 넘는 진정사건을 접수해 4만6800여건을 종결했다. 이쪽저쪽으로부터 부단히 얻어맞았지만 한 일이 적지 않다. 유엔총회에서 선택한 파리원칙은 ‘국가 인권기구는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하여 그 구성과 권한의 범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부여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범 10년째인 인권위가 아직도 위상문제로 갈등을 겪는대서야 말이 아니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