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희망홀씨, 서민 위한 대출 맞나

입력 2010-11-08 17:40

은행들이 ‘새희망홀씨’ 대출을 어제 일제히 시작했다. 미소금융과 햇살론, 희망홀씨 대출 등에 이어 나온 서민 전용 대출상품이다. 한나라당 서민대책특위 홍준표 위원장이 은행 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쓰도록 법제화를 추진하자 은행연합회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이유로건 서민 대출상품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상품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서민을 위한 상품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대출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연소득 3000만원이 안 되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대출 가능하다.

신용등급 5등급이면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정상적 대출도 가능하다. 더구나 연소득 3000만원 이하면 신용등급에 상관이 없으니 설정액의 대부분이 소득은 낮더라도 신용등급이 괜찮은 사람들에게 대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존 희망홀씨 대출이 7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로 한정됐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넓다. 더욱이 희망홀씨 대출의 40% 이상이 규정을 어기고 6등급 이상에 대출됐음을 감안하면 새희망홀씨 대출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불을 보듯 뻔하다. 최저금리를 7∼8%대로 낮추고, 기업은행의 경우 고신용자나 가능한 5.75%까지 책정한 것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들을 대출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짐작이 갈 만하다.

‘서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저소득층, 특히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의미하는 것일 게다. 물론 새희망홀씨 대출은 정부의 부분 보증도 없어 손실이 나면 은행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지원’ 개념보다는 ‘대출 건전성’ 개념에 지나치게 치중된 느낌이다. 하지만 ‘새희망홀씨’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민 대출을 표방하기에는 서민 몫이 너무 작아 보인다. 결국 일반적인 영업을 하는데 서민 대출을 하는 것처럼 훈장만 달아주는 꼴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정치권의 압박에 의해 마지못해 내놓은 상품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식이면 ‘눈속임’에 불과하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없애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