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단’ 떠나는 유지연씨 “한국 발레 발전에 도움 되고 싶어”

입력 2010-11-08 19:21


러시아의 대표적 발레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유일한 외국인 단원 유지연(34·사진)씨가 한국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린스키 발레단을 떠난다.

8일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유씨는 “러시아에서 20년을 생활하다보니 많이 외로웠나보다”면서 “식구들이랑 같이 있고 싶던 차에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이라는 뜻 깊은 내한공연 기회가 있어서 ‘이제는 집에 돌아갈 때가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995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유씨는 한국인 최초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해 15년간 활동해온 무용수다.

유씨는 “마린스키를 떠나지만 발레리나로서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한국에서 어떤 것을 할지에 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세계의 여러 무대에 서 보고 좋은 무용수들과 뛰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정말 많아요. 제가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알게 된 것을 한국 발레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디에서든 나누고 싶습니다.”

세계 정상에서 바라본 한국 발레의 수준에 대해서는 “한국 발레 공연을 많이 못 봤지만 신체적으로 많이 발달하고 있는 것 같고 해외에서 교사를 많이 초빙해 기초교육이 점점 강화되는 거 같다”면서 “발레는 무엇보다 기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바가노바 같은 발레학교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1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리는 마린스키 발레단 ‘발레 갈라’ 무대에서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를 선보인다. 그는 “이 작품은 4분정도 되는 짧은 작품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뒤로하고 처절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빈사의 모습을 표현한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사랑스런 눈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유리 파테예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 유씨의 ‘빈사의 백조’를 준비했다”면서 “유씨가 마린스키에서 15년간 활동한 것처럼 양국이 서로 따뜻한 문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