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자원봉사 의전관, 신수경 IMF 선임위원

입력 2010-11-07 19:27


“자원봉사 한국 젊은이들 책임감 대단”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남다른 열의와 책임감을 보며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예감합니다.”



신수경(63) 국제통화기금(IMF) 선임위원은 6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닷새 앞두고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신씨는 1971년 IMF에 입사한 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국제 IT 전문가다. G20 정상회의의 자문을 위해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지난달 20일 입국했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회의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에 잠시 들른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 서울회의 자문을 맡아 달라고 권유했어요.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단번에 OK했죠.”

신씨에게 이런 국제 행사는 낯설지 않다. 88년부터 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 의전관으로 일하며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하는 총회의 각종 부대행사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의전관은 각국 정상,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의 오찬과 만찬, 부대행사, 배우자를 위한 문화·사회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하는 일종의 파티 플래너다. 신씨는 이번 회의에서도 의전관을 맡았다.

“여덟 살이던 55년 터키에서 열린 IMF 연차총회에 초대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아버지(신병현 전 경제부총리·1999년 작고)를 따라 처음으로 국제 행사를 접하게 됐어요. 아버지가 61년 주미 대사관 참사관으로 부임하면서 저도 더 많은 행사에 참석했고, 자연스레 국제적 감각을 익히게 됐죠.”

신씨에게 이번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82년 당시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던 신씨의 아버지가 G20 회의가 열리게 될 코엑스 건물의 부지를 매입한 인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제적 규모의 회의장과 전시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대요. 당시 부족한 예산에 불필요한 투자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결국은 아버지의 선견지명이 통했던 거죠.”

신씨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열의와 책임감을 보며 이번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예감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행사를 기획·운영해왔지만 한국인 자원봉사자처럼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젊은이들이 오늘 할 일을 못 했다며 밤을 꼬박 새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견해요.”

마지막으로 G20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신흥 성장국으로 도약한 나라이고, 원조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된 드문 케이스입니다. 이런 상반된 경험을 한 한국이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크나큰 장점 아닐까요.”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