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비판과 국회 운영은 분리돼야
입력 2010-11-07 18:57
국회의원 11명 사무실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 이후 정치권에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야당들은 ‘국회에 대한 검찰의 전쟁 선포’로 규정,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도 “신중치 못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야권은 특히 검찰 배후에 청와대가 있음을 시사하며 대여투쟁으로 몰고 갈 태세다. 이에 따라 이번 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예산국회가 겉돌 가능성이 없지 않아 걱정이다.
사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은 사상 초유의 일로, 다소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대포폰 수사’로 불리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는 의혹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야무야하면서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수사는 왜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진행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야당으로서는 청와대가 연루된 대포폰 수사를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할 만도 하다.
하지만 청목회 수사는 꽤 많이 진척돼 있다. 검찰은 어떤 의원이 얼마 받았는지 모두 파악한 상태다. 마지막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검찰이 연루 의원들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경우 응할 리 없지 않는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검찰이 못할 짓을 한 것은 분명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검찰의 발목을 잡기 위해 외압을 가한다면 검찰 독립성은 보장받을 길이 없다. 정치권, 특히 야권은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검찰에 대해 비판할 점이 있다면 일정한 원칙을 갖고 비판하되 정기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게 옳다. 야권 일각에서는 예산심의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이는 국민의 뜻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은 309조6000억원이나 된다. 예산안이 잘 짜여졌는지, 낭비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은 국회의 최소한의 책무다. 정쟁에 휩싸여 예산안을 방치해 뒀다가 막판에 졸속처리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번 국회에서는 한·미 FTA 문제, UAE 파병계획, SSM 관련법 등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