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환율해법 서울선 ‘모호한 합의’로 그치나

입력 2010-11-07 18:42


APEC 성명 통해 본 G20 서울회의 전망

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는 오는 11일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마지막 ‘의제 탐색전’이었다. 지난달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간 경주 공동선언 이후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등 기존 합의를 뒤흔들 만한 변수의 파장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결과는 낙관보다 비관에 가깝다. G20 정상 간 첫 회의부터 환율 논쟁이 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조짐이다.



◇환율갈등 재현 암시하는 교토 공동성명=APEC 재무장관들이 발표한 교토 공동성명은 전반적으로 지난달 G20 경주 공동선언(코뮈니케)의 합의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행간을 읽어보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토 공동성명에는 경주 회의의 대표적 합의인 환율갈등 해법 ‘경상수지 목표제’와 관련해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의 의무를 처음 언급했다. APEC 재무장관들은 “APEC이 세계 경제와 글로벌 불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경상수지 적자국은 국내 저축을 늘리고 재정건전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경상수지 흑자국은 대외수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프라 금융 확대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는 외견상 경주선언의 내용보다 한 단계 더 구체화된 내용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국의 의무에 해당하는 문장에는 재정건전성 회복이 국내 경기 회복력을 흩트리지 않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최근 경기 재침체 방어를 위해 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를 실시한 미국의 조치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미묘한 입장차가 조율되지 않은 채 공동성명에 담기면서 모호성이 더 짙어진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략적 후퇴 택한 미…환율전쟁 향방은=이 같은 변화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직전에도 각국에 서한을 돌릴 정도로 강하게 압박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4%라는 구체적 수치 목표를 접고 “폭넓은 공감대(Broad Consensus) 형성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를 놓고 중국 등 신흥국의 반대가 강해지고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APEC 재무장관들은 환율갈등 문제에 대한 원칙적 합의는 그대로 유지했다. 경주 공동선언 문장과 동일하게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지향과 선진국 자본에 의한 신흥시장의 과다한 변동성 경계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한 신흥국의 불만이 APEC 회의장에서도 고조된 것을 감안하면 전자보다 후자인 신흥국 불만에 무게중심이 쏠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G20 서울 정상회의 시작부터 미국 양적완화와 관련 신흥국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