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총장 사퇴·MB 사과 요구… 민주, 검찰에 전면전 선포

입력 2010-11-08 00:24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이 여야 현역 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수사를 통해 정치권을 정조준하면서 야당이 초강경 반발하고 있고, 여당 역시 정부와 청와대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정치권과 검찰의 극한 대립은 물론 당·정과 여·야 관계 모두 잡음이 나오면서 향후 정국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7일 저녁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9인 회동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 운영의 어려움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브리핑에서 나온 ‘강력한 유감 표명’이라는 단어는 여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최고 한도의 표현을 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당의 유감 발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고, 김황식 총리 역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회동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고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전했다. 당은 또 청와대 비서관의 차명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청와대에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강한 톤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은 정치권과 검찰의 대립, 여야 관계 경색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당·정·청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국회 말살·유린’ 사태로 규정하고 검찰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휴일인 7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소집했고, 8일에는 야5당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공동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야권 공조도 강화할 계획이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서 “폭거 책임자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 대포폰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검찰총장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탄핵소추밖에 없다”며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공분이 모아지고 있는 만큼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의총 결의문에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분리 요구도 명시했다.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공수처 신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