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법 발의·통과 직전 돈 살포… 민생법안 제치고 ‘뚝딱 입법’
입력 2010-11-07 23:15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청원경찰법 개정 시나리오는 정말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1000여만원을 받아 지난 5일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한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보도된 뒤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 입금 내역 등을 조회하다 청목회의 로비 과정을 파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릐청원경찰법 개정, 주연은…=청목회는 2008년 말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한 시나리오를 짰다. 청목회는 그해 11월 열렸던 간부회의에서 로비 대상 의원 목록을 작성하고 자금 마련을 위한 특별회비 갹출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목회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게 먼저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구속된 청목회 사무국장 양모씨는 지난해 1월 20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최 의원이 청원경찰법 개정안 입법 발의를 위해 준비 중이다. 지역구 의원들을 섭외해 목표를 달성하자”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청목회는 이후 최 의원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 양씨는 지난해 3월 20일 “수개월간의 노력으로 민주당 입법 개정안이 준비됐다”며 “4월 임시국회 때 발의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공지했다. 1주일 후 양씨는 최 의원과 마무리 협의를 위해 재차 국회를 방문했다. 최 의원은 4월 15일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목회는 공청회 준비에도 개입했다. 5월 11일 공지에는 “청목회 김모 단장과 양 총장이 최 의원과 협의해 공청회를 당초 결정된 대로 (5월 28일에) 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청목회는 이때부터 의원회관에 돌아다니며 국회의원들에게 공청회 참석 등을 요청했다. 공정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라 9월로 연기됐다..
릐“돈은 3월부터 풀렸다”=청목회는 지난해 3월부터 행안위 소속 의원들 포섭에 나섰다. 후원금 로비도 본격화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3~11월 1000만~1200만원이 들어왔는데, 집중적으로 들어온 날짜는 3월 25일과 27일, 10월 15일”이라며 “후원금이 들어 온 시기는 다른 의원실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목회는 5월부터는 뭉칫돈을 들고 국회를 돌아다녔다. 한나라당 J의원은 “지난 5월 청목회에서 500만원을 들고 찾아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7월 1일 최 의원은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아도 되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었다. 지난해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인 지난해 10~11월에도 후원계좌 입금과 뭉칫돈 전달이 집중됐다.
릐개정안 상정 후 3개월 만에 본회의 통과=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24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체 처리 과정은 100일도 채 안 됐다.
더구나 개정안은 몇 달 먼저 발의된 민생 법안보다 우선 논의되는 ‘특혜’도 누렸다. 실제 지난해 12월 최 의원실 P보좌관은 청목회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난 4월 발의해 순서상으로는 한참 뒤지만 조진형 위원장과 양당 간사에게 부탁해 순번을 당겨 목표한 대로 올해 안에 행안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청목회장 최모씨도 “당초 빠져 있는 법을 최 의원님이 71번으로 삽입하는데 성공했고 (법안심사소위에서) 6번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안건 회의 순서는 양당 간사의 합의로 이뤄진다.
개정된 청원경찰법은 청원경찰의 정년을 59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그동안 순경 수준이던 연봉을 재직기간 15년 미만은 순경, 15~30년은 경장, 30년 이상은 경사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