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간 오바마, 100억달러 비즈니스 외교 성사

입력 2010-11-07 23:3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 아시아 4개국 순방길의 첫 기착지 인도에 도착했다. 전체 10일 일정 중 4일을 인도에서 보낸다. 인도 중시 제스처는 인접국 중국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 실패에 따른 중간선거 참패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 외교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릐삼엄한 경비, 호텔 통째로 빌려=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뭄바이에 도착한 후 숙소인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로 직행했다. 이곳은 2008년 11월 166명이 희생된 뭄바이 테러의 중심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테러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을 만나 격려했다. 또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인도는 민주주의 가치와 양국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8일 뉴델리에선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반테러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뭄바이 테러 사건 이후 이 호텔에 묵는 첫 정상이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은 잠재적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타지마할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뭄바이시가 면한 아라비아해엔 해군 함정이 배치됐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숙소 주변에 8000명을 비롯해 4만3000명의 경찰병력이 거리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택시를 제외한 일반 승용차의 주요 도로 진입이 통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엔 현지 기업인과 자리를 가졌으며 총 100억 달러에 달하는 20여개의 수출 계약을 타결지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전투기 제트 엔진 판매와 보잉 737기 30대 판매 등이 포함됐다. 전체적으로 5만4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릐경제에 치중한 순방=양국의 유대 강화는 둘 다 경제 부국이자 민주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일당 독재 국가인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한편 경제적으로 상처받은 유럽을 대체할 수 있는 파트너 점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갖는 갈등관계는 동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순방을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인도 정부에 파키스탄에 유화적 행보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하라는 주문도 고조됐었다. 파키스탄의 지지는 아프가니스탄 테러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인지 오바마 대통령의 테러 반대 성명에는 테러를 자행하는 파키스탄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현지 언론들은 이를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에 치중하는 건 이런 외교적인 부담도 작용했다. 경기부양에 실패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 참패함에 따라 경제적 성과를 홍보할 필요도 작용했다. 현지에선 경제에 포커스를 맞춘 순방에 대한 실망감도 생겨나고 있다. 또 인도의 희망사항인 유엔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 언급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