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오바마 ‘소신’ 굽힐까?

입력 2010-11-07 18:24

‘오바마는 변할 것인가.’

지난 2일 중간선거를 치른 뒤 워싱턴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은 여러 각도에서 이를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은 ‘아직은 정확히 단정할 수 없다’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기저에는 ‘과연 변화할까’라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배어 있다.

이 의문에 대한 본질은 오바마의 의지다.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 당선된 첫 흑인 대통령이 취임 2년 만에 변화를 요구받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오바마는 6일 라디오 주례연설을 통해 그동안 강력하게 반대해 오던 부자감세 조치 연장에 대해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 등에 있어 선거전보다 완화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공화당 주장에 반 발쯤 다가서는 움직임들이다.

일견, 변화를 보이는 태도다. 하지만 오바마를 잘 아는 인사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더글러스 브린클리 라이스대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그가 ‘오바마다움’을 잃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의 친구나 지지자들조차 그를 약한 사람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 가능성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부 오바마 측근들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던 때에도 그는 홀로 자신감을 갖고 주위를 격려하며 이끌고 갔다”고 회고했다. 전술적인 타협은 있을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화와 희망이라는 오바마의 소신이 전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가 변하리라고 보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조성에는 2012년 재선 전략에 오바마의 타협이 결코 이롭지 않다는 대통령 자신이나 핵심 측근들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오바마가 이달 하순쯤 내보일 정치적 태도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