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0-11-07 19:01
(19) 빌립보 가이사랴-길에서
아내 몸이 점점 무거워진다. 태중의 아이가 노는 것이 느껴진다. 한창 놀 때는 아내 배에 손을 대고 있으면 얼마나 힘차게 움직이는지! 큰아이가 좋아한다. 동생 때문에 밀려난다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하려고 큰아이에게 신경을 쓴 게 효과가 있다. “네 동생이야. 네 동생이 태어나면 넌 참 신나겠다. 얼마나 좋으니, 동생이 생기니까. 봐라, 네 친구 중에 동생이 없는 애가 많잖아.”
이젠 태중의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든 하나님께 맡겼지만 때로 마음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아내와 장모님에게도 가끔은 그런 테가 보인다. 지난 주일엔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요한복음 14장 1절 내용이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인데, 제자들이 거의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르는 가운데 가장 불안한 상황에서였다. 목사님이 이 말씀에 연관된 자기 옛날 얘기를 하여 더 깊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아내 태중에 있는 아이를 하나님이 지키실 거야.’
예수님이 자기 정체를 아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공적 활동의 마지막 부분에서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리스도(구세주)라는 것은 마가복음에 처음부터 나온다. 그러나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 마가복음을 읽는 독자들은 예수의 정체를 안다. 마치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극중 인물이 모르는 것을 독자가 아는 것과 비슷하다.
예수님의 공적 생애는 3년 정도다. 그 마지막 시기에 예수님은 가장 중요한 여정을 앞두고 이스라엘 사람이 사는 지역 경계를 벗어난 이방인 땅에 서 있다. 빌립보 가이사랴, 여기에서 예수님은 저 멀리 남쪽의 예루살렘을 바라본다. 유대인 지역의 심장이다. 성전이 있는 곳! 이제 예수의 길은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예루살렘으로 일직선으로 내달릴 것이다. 예수는 길게 깊게 호흡한다. 공생애 초기부터 사탄과 맞닥뜨리며 일전을 벌였는데, 이 마지막 길에서 예수는 또 사탄과 부딪쳐야 할 것이다. 사탄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공격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게 사탄이다.
예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마가복음 8장이다. 빌립보 가이사랴를 지나며 어느 길에서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묻는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 제자들이 사람들 얘기를 전한다. 세례 요한, 엘리야, 선지자 중 한 사람…. 사람들 얘기는 아무래도 좋다. 예수가 듣고 싶었던 것은 제자들의 고백이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베드로가 나선다. “주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는 베드로의 대답을 인정하신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서 자신의 고난과 죽음 곧 ‘십자가-부활 사건’을 예고하신다.
바로 여기에서 제자들이 예수에게 대든다. 그렇다, 정확하게 말해서 ‘대들었다!’ 이 부분은 선배가 가르쳐주었다.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 여기 32절의 항변하다는 단어 원문의 뜻이 아주 강력하다는 것이다. 예수는 이 단어를 사탄을 책망할 때 사용하셨다. 그런데 제자 베드로가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님에게 이 단어를 쓰면서 대드는 것이다. 십자가-부활 사건을 중심으로 예수와 수제자 베드로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다른 제자들은 수제자 편에 서 있다. 베드로만이 아니라 예수도 같은 단어를 쓴다. 헬라어 ‘에피티마오’ 말이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