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소녀시대와 케이 팝

입력 2010-11-07 17:54

며칠 전 일본에서 돌아온 걸 그룹 ‘소녀시대’가 기자회견을 했다. 일본에서의 대성공이 주된 화두였다.

요즘 우리 가요계에는 이들 같은 ‘프로젝트 가수’가 대세다.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으며 ‘케이팝(K-Pop)’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다.

매일 인터넷에는 가수 ‘비’의 자질구레한 사생활과 소녀시대의 새로운 춤 소식이 뜨고 아이돌 가수의 영화계 데뷔와 또 다른 아이돌의 스캔들이 삽시간에 퍼진다. 그만큼 이들은 유명해졌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노래를 살펴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사·작곡한 경우가 별로 없어서다. 대부분 연예기획사가 제공한 멜로디와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가사에, 안무해준 댄스에 멋진 의상을 입고 노래만 하는 식이다. 기획사는 이들 뒤에서 공연료와 음반판매, 심지어 자신들의 주식으로 돈을 번다.

이 모든 건 ‘문화산업’으로 포장된다.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외국에 수출되니 산업이라고는 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가 문화라고 하면 할 말이 많아진다.

올해 69세인 밥 딜런의 노래들은 최근 미국 고교 ‘영문학’ 교과서에 실렸다. 1961년 뉴욕 뒷골목 카페에 앉아 노래하다 음반기획사 직원에게 발탁된 그의 음악은 당대를 넘어 지금까지 스테디셀러다. 수없는 외국 가수의 성공신화는 밥 딜런처럼 이뤄져 왔다.

이틀 전 ‘달빛요정만루홈런’이란 1인밴드의 이진원씨가 뇌출혈로 숨졌다. 제 손으로 작사·작곡한 노래만 부르던 그는 제대로 된 음반을 낸 적이 없다. 심각한 그의 음악이 안 팔릴 거라고 기획사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10년 넘게 홍대 앞을 전전하며 가난에 허덕였다.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어떤 사회에선 반세기 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데, 또 다른 사회에선 냉대를 받는다. 오히려 독창성은 내팽개치고 마치 상품 만들 듯 짜인 기획사의 틀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춰야 유명해진다.

문화란 작품, 관습 등의 매개체를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의 내면을 동감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일 터다. 그럼 소녀시대를 보며 우리는 도대체 뭘 공감하는 걸까. ‘참 이쁘다’는 것, 이 말을 빼면 서로 나눌 화제가 별로 없지 않을까.

10년 뒤에도 지금의 K-Pop 노래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