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F1 운영사, 처음부터 방만경영이라면…

입력 2010-11-07 18:56

지난달 22∼24일 전남 영암에서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렸을 때 국민들은 세계적인 대회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켕기는 느낌을 받았다. 3대 스포츠 제전이라면서 준비는 왜 그리 졸속인지, 경기 이후 시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대회를 유치하고 운영하는 회사는 건실한지 궁금증이 많았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러본 국민들의 당연한 반응이다.



F1 대회 운영 법인인 카보(KAVO)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이런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공기업으로서 공공성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임원들은 자본금이 바닥난 상황에서도 고액 연봉을 받았고, 연봉의 하향 조정을 요구한 전남도의 요구를 묵살했다. 구체적으로 대표는 2억원, 상근이사 3명과 본부장급은 1억원, 팀장급은 6500만원에서 7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자본금은 밑천을 드러냈다. 전남도를 비롯해 SK건설, 신한은행 등이 투자한 자본금은 600억원에 이르렀으나 공사대금, 각종 경상비와 인허가 비용 등에 쓰는 동안 추가 출자는 이뤄지지 않아 지금은 거의 고갈상태라고 한다. 지방채 발행 등 빚더미 속에서 대회를 치르면서 카보 임직원만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카보의 방만한 경영은 대회 기간 중 보여준 바닥 수준의 관객 서비스와 맞물려 불신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전남도의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73억원의 도 예산을 투입한 최대주주이면서도 대회 운영에서 적절한 통제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국내에 처음 유치한 F1 행사여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운영의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주최 측은 첫 해에 8만 관객이 찾았다고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믿음은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당장 내년 10월 대회가 외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