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유병규] G20 환율 공조 성공하려면

입력 2010-11-07 17:55


세계 주요 20개 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G20 서울 회의가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환율 공조, 국제금융기구 개선, 금융규제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무엇보다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현안은 국제적인 환율 공조 체제를 이루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 유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자국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한 통화 전쟁이 가열되고 있는 까닭이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또 다시 안정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환율 공조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 협력에 관한 기본 방향은 설정되었다. 시장에 의한 환율 결정, 경상수지 규모 조정, 경쟁적 통화절하 자제, 환율과 자본이동의 과도한 변동성 완화 등이 ‘경주합의’의 기본 골자다.

경주 합의가 말 그대로 실현된다면 세계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자국 통화 가치를 앞 다투어 낮추는 환율 경쟁이 완화되어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환율 협정을 맺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개선되고 엔화 절상으로 일본의 무역흑자 규모는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외환보유액 증가폭이 줄어들면 글로벌 유동성의 급증에 따르는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완화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제한된다면 세계 각국의 내수를 확대시키는 계기도 마련되리라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던 보호무역주의 경향도 점차 해소될 수 있다.

아쉽게도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국제 환율 공조가 현실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환율 공조는 미국 경제 회복이라는 또 다른 세계 경제 현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작지 않은 미국의 경기 회복은 환율 공조만큼이나 세계 경제 안정과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미 달러화 공급 증가는 미국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한편, 중국이나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환율 절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양적 확대 정책이 통화 전쟁을 다시금 촉발하는 것이다.

서울 G20 회의는 미국 경제 성장을 위한 미 달러화 공급과 주요국 통화 전쟁의 종식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환율 공조를 위한 회의 여건도 지난 플라자합의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다. 플라자합의는 냉전시대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상황에서 민주주의 5개 선진국 사이의 공조였다. 그만큼 서로 이해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수월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 G20 회의는 정치 이념을 달리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각자 처한 경제 상황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20개 나라가 모여 논의를 하는 것인 만큼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매우 힘든 일이지만 G20 회의가 앞으로 세계 문제를 다루는 명실상부한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환율 공조의 실행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균형을 축소하고 환율공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미·중 양국 간 ‘위안화 절상’에 대한 합의가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경상수지 목표제 등 가이드라인 도출시 국가별 차별성을 인정하고 신흥국들의 성장 여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셋째, 국제통화기금(IMF) 주관 하에 각국이 합의한 내용을 서로 점검할 수 있는 상호평가(Peer Review) 시스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강구해 보아야 한다. 넷째, G20 차원의 무역장관 회담을 상시화해 보호주의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 등 신흥국 걱정을 덜어주는 데도 보다 높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경제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