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국 노래자랑’ 30주년… 백령도부터 흑산도까지 온 국민 응원한 무대 30년
입력 2010-11-07 18:49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방청객들은 파란 풍선을 흔들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어느 아이돌의 팬클럽일까. 자세히 보니 빨간 스카프를 두른 아주머니,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갈색 점퍼를 입은 아저씨 등 대부분 5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었다. 이날 열린 KBS 1TV ‘전국 노래자랑 30주년 특별 방송’ 녹화장은 춤과 노래를 사랑하는 시민 1500여명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0년 11월 9일 첫 전파를 탄 ‘전국 노래자랑’은 억눌려 있던 서민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10분 ‘딩동댕동’하는 실로폰 소리에 이어 ‘빰빠빠빰빠 빰빠’하는 특유의 시그널이 울리면 신명나는 춤판이 벌어졌다.
그간 1536회의 방송에서 무대에 오른 출연자는 줄잡아 약 3만여명. 3세 어린이부터 103세 노인까지 남녀노소가 ‘전국 노래자랑’에서 노래와 장기를 뽐냈다. ‘전국 노래자랑’은 남한의 최북단 백령도부터 최남단 흑산도까지 한반도를 전역을 훑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파라과이 등 해외와 휴전선 너머 평양까지 우리 국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무대에서는 국적,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평등했다. 오로지 노래에 의해 평가를 받고 노래가 시원찮으면 가차 없이 ‘땡’ 소리가 떨어졌다. 이날 녹화현장에서도 특별 게스트로 나온 개그맨 이경규가 한 소절도 부르기 전에 ‘땡’ 소리가 떨어져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심사위원을 맡은 임종수씨는 “전부 딩동댕할 수는 없다. 땡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내려치는데, 노래 부르는 사람이 땡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노래에 빠져있을 때 내려치면 더 효과적”이라며 웃었다.
참가자들의 짠한 인생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에 무게감을 더한다. 1999년 연말결선에서 ‘태평가’로 대상을 받은 김지선씨는 이날 녹화현장에서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다리 수술을 32번 해 의족을 하게 됐으나, ‘전국 노래자랑’으로 인해 좋아하던 춤을 다시 추게 되고 노래를 즐기게 된 사연을 들려줘 큰 박수를 받았다.
30주년 특별방송 녹화현장에는 각 시대별 최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한 사람들 중에 선발된 15팀이 당시 영광을 안겨줬던 노래를 부르며, 지나온 세월을 털어놨다. 어떤 출연자는 그 사이 아버지를 잃었다며 울먹였고, 다른 출연자는 사업에 실패했다가 재기했다고 회고했다. 출연자들은 녹화화면에서 철 지난 한복, 어색한 화장을 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을 실감했다. “말없이 흐르는 게 세월이다”며 MC 송해는 출연자의 어깨를 다독였다.
‘전국 노래자랑 30주년 특별 방송’은 오는 14일 낮 12시10분 ‘딩동댕동’하는 실로폰 소리를 시작으로 2시간 동안 펼쳐진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