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실의 질감에 담은 도시풍경… ‘함명수 개인전’ 11월 23일까지
입력 2010-11-07 17:25
도시 풍경을 독특한 붓질로 화면에 옮기는 작가 함명수(44)의 그림은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이다. 풍경 속으로 반딧불이가 날아들고 폭죽이 터지는가 하면 북슬북슬한 털실의 질감이 따스함을 전한다. 실타래나 국수 면발을 떠올리게 하는 붓질은 매끈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10일부터 23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작가의 그림들은 붓놀림의 맛을 보여준다.
작업실 주변이나 서울 천호동의 유흥가,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아현동의 모습, 바다 저편 춤을 추는 듯한 빌딩숲 사이로 연결된 광안대교, 하늘에서 도심 한 가운데로 빗물이 쏟아져내리는 풍경 등을 파노라마처럼 묘사했다. 그의 그림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은 색과 움직임이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색과 생명체가 살아움직이듯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표현한 건물들이 율동미를 선사한다.
그의 작업은 치열한 집념과 오랫동안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우선 연필로 밑그림을 상세히 그린 후 그 위에 아크릴로 대략적인 밑색을 칠하고 윤곽과 볼륨, 그림자를 잡아둔다. 그런 후에 유화물감을 올린다. 그 사이로 밑그림들이 드러나고 남겨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내면의 심상을 끄집어내고 즐거운 상상을 뽑아 장면을 만들고 시간과 속도의 이미지를 덧칠한다.
가까이서 보면 붓질의 세밀함에 놀라고 멀리서 보면 꿈틀거리는 생동감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그림은 작가를 닮는다고 했던가. 그림이란 어떤 대상을 그려내는 것이지만 작가의 심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니 닮을 수밖에. 그림은 순수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이미지의 작가를 떠올리게 한다. 국제 아트페어와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02-730-7817).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