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궁정문화 속으로” 베르사유로의 초대

입력 2010-11-07 17:25


앙투아네트 초상화·왕관·망토·추시계 등 84점 한국 나들이

프랑스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강력한 전성기를 누렸던 17∼18세기 ‘베르사유 궁정’으로 상징되는 왕실 문화가 유럽의 문화를 선도했다. 루이 14세부터 루이 16세에 이르는 절대왕정 시기 문화예술도 꽃을 피웠다. 베르사유궁 소장품으로 구성된 ‘베르사유의 영광-루이 14세부터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베르사유궁에 머물렀던 프랑스 왕실 일가의 유물을 소개하는 전시로 회화와 조각, 생활도구 등 84점이 한국에 왔다. 궁정화가들이 그린 왕들의 공식 초상화는 세로 길이가 3m에 달하는 대작들로 인물의 눈높이가 감상자의 시선보다 높게 걸려 왕의 위엄을 강조한다. 클로드 르페브르가 그린 ‘루이 14세의 초상’ 등 작품들에서는 프랑스 최고 전성기의 화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갑옷과 대례복 등 왕의 복장이나 왕관과 지팡이, 망토, 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백합 문양이 새겨진 옷 등 초상화 속 의상이나 배경에 등장하는 소품들에서도 당시 왕실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루이 15세 눈에 띄어 그의 정부가 된 퐁파두르 부인을 그린 장 마르크 나티에의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 모습으로 표현된 퐁파두르 부인’은 일반에 잘 알려진 명화다.

오스트리아의 대공녀에서 루이 16세의 왕비가 됐으나 프랑스 혁명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를 소재로 한 작품이 여러 점 전시된다. 결혼 전 14세 때의 풋풋했던 모습, 궁중 대례복을 입은 모습, 사냥복을 입고 있거나 말을 탄 모습을 그린 초상화, 20세 때의 도자기 흉상, 침실을 장식했던 촛대 등을 통해 앙투아네트를 집중 조명한다.

그림 속 앙투아네트의 옷이나 머리 장식, 하이힐과 스타킹 등 당시 프랑스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패션 경향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루이 14세의 어머니인 안 도트리슈 모후와 부인인 마리 테레즈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등 여러 왕족들의 초상화, 도금된 추시계, 왕실 문장이 들어 있는 태피스트리, 도자 식기 세트 등 출품작을 통해 화려했던 왕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을 피해 망명하려다 체포된 뒤 탕플탑에 갇혀 유언장을 적는 루이 16세의 모습이나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 의연한 표정을 짓는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에서는 권력의 몰락을 읽을 수 있다. 미술사적으로는 바로크 양식부터 로코코 양식까지, 루이 14세의 수석화가로 명성을 떨쳤던 샤를 르 브랭, 여성 궁정화가인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랭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장 자크 아야공 베르사유궁 대표는 “프랑스 역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전시”라며 “17∼18세기 인물 초상화 양식과 함께 당시의 생활상과 의복, 그리고 프랑스 왕실 문화 등에 주목하시라”고 권유했다.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일반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02-325-107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