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 다섯번째 시리즈 ‘넌센세이션’서 확 달라진 뮤지컬 배우 이혜경

입력 2010-11-07 17:47


덜렁덜렁 깜빡깜빡… 엉뚱 수녀역

평소 내 모습 꼭 닮아 필 받았죠


뮤지컬 배우 이혜경(39)이 뮤지컬 ‘넌센세이션’으로 관객을 만난다. 그가 맡은 엠네지아 수녀는 순수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최근 연습실에서 만난 이혜경은 “주변에서 엠네지아 한다니까 의아하게 생각들 한다. 하지만 엠네지아는 평소 내 모습과 닮았다. 많이 덜렁대고 깜빡깜빡한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오랫동안 뮤지컬에 관심을 가진 관객이라면 그의 변신에 이질감을 느낄 만하다. 1991년 ‘오페라의 유령’ 초연 당시 크리스틴 역으로 사랑받았던 이혜경은 줄곧 대형 뮤지컬에서 여주인공을 도맡다시피 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선 거친 알돈자 역을 했고 ‘포기와 베스’에서는 흑인 창녀 베스를 연기했다. ‘한 여름 밤의 꿈’에서는 사랑을 갈망하는 헬레나 역을 했었다. 그밖에 ‘지킬 앤 하이드’ ‘돈키호테’ 등에서도 활약했다. 다양한 역할을 했던 것에 비해 이미지는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처럼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고정돼 있다.

2007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끝으로 3년 간 공백기를 가졌던 이혜경은 올해 초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복귀를 알렸다. “몸이 안 좋아져서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아이의 엄마가 돼서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왕 기다리는 거 좋은 작품을 천천히 찾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넌센세이션’을 기획한 샘컴퍼니 김미혜 대표가 출연 제의를 해왔을 때 이혜경은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4∼5년동안 계속 우는 작품만 했더니 이번에는 재미있는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남을 웃기려고 달려들기보다 평소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네지아는 ‘넌센세이션’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엠네지아는 평소에 ‘신의 아그네스’라는 인형과 함께 다닌다. 어느 날 신의 아그네스가 사라지고 엠네지아는 납치범들이 몸값을 요구할 거란 생각에 카지노에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사업을 위해 기금을 모으던 수녀들은 결국 이 돈으로 뜻을 이루게 된다.

이혜경은 신의 아그네스 인형을 손에 끼고 연기하는 장면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복화술로 엠네지아와 신의 아그네스를 동시에 표현해야 해요. 그걸 표현하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연습실에서도 인형을 끌어안고 있을 정도에요.”

그는 “‘넌센스’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 받는 건 재미와 더불어 가슴이 뜨끈해지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웃고 가고 싶은 분들이 오시면 좋겠다. 그런 관객과 호흡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넌센세이션’은 뮤지컬 ‘넌센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 작품이다. ‘넌센스’는 1991년 6월 국내 초연 이후 시리즈물로 이어지며 8000여회 공연된 스테디셀러 흥행작이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이 공연을 거쳐갔다. ‘넌센세이션’에는 양희경 이태원 홍지민 김현숙 등 ‘한 존재감’ 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18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02-6925-5600).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