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찬 바람만 불면 도지는 치질
입력 2010-11-07 17:28
치질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질환으로, 정도의 문제일 뿐 거의 모든 사람이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로 나뉜다. 항문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출구로 변을 피부손상 없이 내보내기 위해 혈관덩어리로 된 큰 쿠션 3개와 여러 개의 작은 쿠션들로 이루어져 있다. 치핵은 이 쿠션이 손상된 피부로 밀려나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다. 찬 곳에 오래 앉아 있어 정맥혈관이 뭉치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에 의해, 술 또는 혈관 노화 등 원인으로 인해 항문 주위 피부가 손상되고, 결국 그 틈으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치핵은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1기와 2기의 경우 주사제나 환상고무결찰술 등으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핵 덩어리가 크고 배변 후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이상은 수술이 필요하다.
치핵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찬바람이 불면 급증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몸을 움츠리기 쉬워 운동량이 적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랄 수 있다.
치핵이 심해지면 출혈과 통증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고 수술을 통해서만 치료가 가능하므로 식생활과 좌욕을 통해 치핵을 예방하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치루는 항문점막의 미세한 점액분비샘에 균이 침범해 그 염증으로 농양이 생기고 나중에는 항문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까지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항문 주위로 고름이 새 나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평소에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도 과로나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 생긴 염증 때문에 항문통을 겪다가 곪아터져서야 알게 된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도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고름이 나오는 치루관을 절개, 또는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인해 말 그대로 배변 시 항문입구가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배변 시 나타나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적이며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온다.
급성 치열의 경우 변비를 개선시키고 좌욕을 자주하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좋아지지만 만성화된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을 얻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선호 구원항문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