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 목사2인에게 듣는다/미네노 다츠히로 목사와 오오가와 츠구미치 목사
입력 2010-11-07 19:50
[미션라이프] 일본 목회자 가운데 한국교회에 대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일본 선교전문가들은 미네노 다츠히로(71·도쿄 요도바시교회), 오오가와 츠구미치(68·요코하마 야마토갈보리채플) 목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일본 교계 최초로 교단 교파를 초월해 열린 ‘일본 개신교 선교 150주년 기념대회’의 실행위원장을 맡은 일본을 대표하는 목회자들이자 지한파이다.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교회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해왔다. 특히 일본교회의 진정한 부흥을 위해 한국교회와 전방위적으로 동역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본보는 최근 방한한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교회의 상황, 한국교회의 일본선교에 대한 조언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분은 매우 빈번하게 한국을 방문하는 것 같다.
△미네노 목사=100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문은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의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 1973년, 내 나이 34세 때였다. 한 목사님은 한일교회의 미래를 위해 젊은 목회자들의 만남의 장을 주선하셨다. 그 때 김준곤 김장환 목사 등 한국의 영적 거장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목사님은 나에게 주일설교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셨다.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장로님들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오오가와 목사=45번째 한국 방문이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루진 뒤 일본 대학생들을 이끌고 고 정진경 목사님이 시무하시던 신촌성결교회를 방문했었다. 당시 길거리에서 일본어를 쓸 수 없었다. 눈치만 살피는 우리들을 한국교회는 사랑으로 감싸주셨다.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오오가와 목사=우리의 영적 형님이 한국교회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고 목회자와 성도들이 통일과 민족복음화를 위해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다. 한국의 새벽기도는 감동 그 자체다. 일본에서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또 반일감정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일본을 위해 중보기도를 하는 모습은 또 다른 감격이었다.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 강화의 이면에는 이 같은 교회의 헌신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이 일본을 모든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일본교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들었다.
△미네노 목사=요즘 일본 교계가 놀라는 게 있다. 바로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CGNTV다. 이는 일종의 선교혁명이다. 일본교회는 그동안 TV전도를 원했지만 라디오전도에 만족해야 했다. 조그만 방송국을 갖는데도 돈이 많이 들고 규제 또한 심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CGNTV가 일본교회의 짐을 덜어주었다.
-CGNTV가 일본에서 연착륙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미네노 목사=그렇다. 일본교회 지도자들은 처음엔 적잖은 의구심을 가졌다. 한국교회가 물량공세로 일본 기독교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일종의 ‘잠재적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욕을 먹더라도 CGNTV가 일본을 위해 ‘하나님이 보내주신 그릇’이라고 믿고 도우려고 애썼다.
△오오가와 목사=CGNTV 스태프들의 순수성과 겸손에 일본교회의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 특히 하 목사님이 목숨을 걸고 십자가의 영성을 고수하며 선교사적인 삶을 사는 데 목회자들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CGNTV의 공헌 중 대표적인 것은 일본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들끼리도 상대를 잘 알지 못했다. CGNTV가 일본 내 많은 목회자들의 설교 방송을 할애해 줘 서로에게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주었다. 일본의 젊은 목회자들이 설교를 통해 성도들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교제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훌륭한 차세대 설교자들이 배출될 거라고 믿는다.
-두 분은 어떻게 목회자가 됐는가.
△오오가와 목사=아버지가 목사님이셨다. 이 때문에 목사가 되면 생활이 매우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나는 청빈한 삶이 무엇인지 배웠다. 21살 때부터 목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이자 부모님의 영향이다.
△미네노 목사=난 첩의 아들이었다. 내 이름은 ‘용왕사’와 관련 있다. 내 이름에는 용자가 있는데 스님이 지어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사찰에 바쳐졌다. 스님이 될 뻔 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살리는 목사가 됐으니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 아니겠는가.
-현재 일본교회가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오오가와 목사=기도에 목숨을 거는 목회자가 적다는 게 문제다. 설교는 길고 딱딱하다. 목회자가 변해야 교회가 변한다. 일본의 경제성장은 교회와 교인의 세속화를 가속화시켰다. 목회자가 성령운동, 금식기도운동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서로에게 배우려는 낮은 마음으로 무장해야 한다.
△미네노 목사=오오가와 목사의 의견에 동의한다. 일본교회가 연약한 것은 교역자들의 전적인 책임이다. 목회자들이 완고하고 강퍅하다. 신학적 전통성에만 묶여있다. 하나님의 풍성함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을 보라. 얼마나 감동적인가. 목숨을 걸고 주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 순교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청교도적인 삶을 사는 목회자들도 많다. 일본은 기도는 있는데 진지함은 부족하다.
-한국교회가 일본선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네노 목사=성령충만하고 경건한 사역자들을 보내 달라. 일본선교는 방법이나 전략에 있지 않다. 십자가의 사랑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일본교회와 동역할 사람이 필요하다. 온누리교회의 문화집회인 ‘러브 소나타’는 일본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하나님에 대한 헌신과 기도가 부족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일본은 한국교회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지만 그만한 열매를 맺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아무리 힘들어도 일본선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도와주기를 바란다.
△오오가와 목사=일본은 세속적 가치관에 눌려있다. 하나님보다 사람에게 더 인정받으려 한다. 이를 분쇄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역사가 필요하다. 한국인 사역자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갖고 일본사회에 필요한 가치관을 널리 선포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CGNTV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교파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교회가 진정 일본의 희망이 될 수 있겠는가.
△오오가와 목사=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3만명 이상이 자살한다. 정부도 막을 수 없다. 일본사람들은 참된 사랑에 목말라있다.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 성경말씀만이 해결책이다. 목회자가 없는 ‘무목교회’를 위해 교단 교파를 초월해 팀목회를 해나가야 한다. 목사가 없다고 예수 그리스도가 그곳에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를 위해 한일교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빈번한 교제는 있었지만 사역공유에 불과했었다. 양국교회가 대의를 위해 서로의 단점을 강점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미네노 목사=NHK 종교시간에 초청받아 출연한 적 있다. 타종교를 비판하지 않으면서 간증을 섞어 설교를 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재방송까지 나갔다. 일본교회는 작은 교회를 살리는 운동과 더불어 독거노인 돕기 등 지역사회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적극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회가 갖고 있는 모든 인프라를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 기독교인이 적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열매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탁월하게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들이 일본 목회자들과 더불어 무목교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면 좋겠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교류를 확대해나가면 일본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미네노 다츠히로 목사는 1939년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도쿄신학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성결교 도쿄신학교 교장, 월드비전 일본 총재, 일본 케직사경회 중앙위원, 웨슬리언 홀리니스신학원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1904년 세워진 일본 최초의 교회인 요도바시교회를 담임하면서 초교파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있다.
오오가와 츠구미치 목사는 194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성서학원, 아오야마학원 신학부를 졸업했다. 미국 베데스다대학교와 한국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목회했던 그는 일본 최대교회인 야마토갈보리채플을 중심으로 수십 곳에 지교회를 세웠다. 저서로 ‘당신에게도 밤은 있다’ ‘마이너스는 플러스가 된다’ ‘새 신자를 위한 5분 묵상’ 등이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