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치자금 수사’ 착수…“표적 수사, 야당 탄압” 민노당·진보신당 반발
입력 2010-11-05 21:49
노동조합 간부 등이 일부 정당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경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치권이 또 한 번 긴장하고 있다.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수사대상이 된 가운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까지 수사선상에 오름으로써 불법 후원금 파문은 정치권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중앙선관위 등에 따르면 농협 노조 부위원장 장모(44)씨는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노조원들의 급여 일부를 일괄 공제해 국회의원 7명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노당 서울시당 조직부장 서모(36)씨 등 민노당과 진보신당 일부 간부는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금호생명 노조원 259명에게서 1인당 10만원씩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259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진보신당 살림실장 김모(43)씨 등 11명이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은행 계좌를 통해 SK브로드밴드 등 10개사 노조원들로부터 모두 1억5716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민노당은 당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현대제철 등 9개사 노조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민노당 전 회계책임자 오모(53)씨, 현대제철 노조위원장 김모(53)씨, 기아차 노조쟁의부장 이모(50)씨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교육청노조지부 산하 비정규직 후원회장인 모 중학교 교직원 황모(41·여)씨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원회 계좌에 다른 사람 명의로 445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표적 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6·2 지방선거의 선거비용 내역 등을 조사해 지난달 12일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한 위법 행위는 125건이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가 고발 및 수사의뢰한 사건 가운데 검찰이 수사하는 것은 진보 정당 및 진보 교육감과 관련된 5건뿐”이라며 “경찰이 선관위 고발 건수가 더 많은 한나라당은 눈감아 주고 진보 정당만 표적 수사하는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 등의 수많은 정치자금 위반행위에 대해선 눈감고 진보 정당에만 수사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의뢰로 시작한 수사일 뿐”이라며 “여타 고소고발 사건처럼 수사의뢰자인 선관위 관계자들을 먼저 조사한 뒤 수사 대상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