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눈물 호소력 강해… 전략적으로 비쳐질땐 역효과

입력 2010-11-05 18:23

英 BBC 방송 분석

미국 중간선거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공화당을 승리로 이끈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가 단상에서 승리 연설 도중 굵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인생 역정을 말하며 감정이 북받친 듯 1∼2분간 말을 잇지 못했다. 청중은 그의 눈물 섞인 연설을 들으며 뜨겁게 열광했다.



대중은 정치인들의 눈물에 항상 감동의 박수를 보낼까. 영국 BBC 방송은 정치 지도자의 눈물에 담긴 의미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감정에 충실한 대표적인 정치인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뒤 눈물을 쏟아냈다. 조지 부시 부자(父子),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최근 미국의 대통령이나 후보자들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9월 아프간의 상황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려 전 세계 주요 신문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밥 호크 전 호주 총리도 눈물로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터프가이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딸의 마약 중독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90년 총리 관저를 떠날 때 눈물을 훔쳤다.

심리학자들은 정치인들이 눈물을 흘림으로써 대중과 감정이입이 돼 있음을 보여주고 지지를 얻어낸다고 분석했다. 행동심리학 전문가 주디 제임스는 “눈물엔 심층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영국의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엑스팩토에서 출연자가 표를 얻기 위해 생방송 도중 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어의 눈물’임을 알았을 때 대중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었을 때 대중은 토니 블레어 총리의 눈물에서 동일한 감정을 공유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의 눈물이 정치적 제스처임을 안 뒤 경계심을 갖게 됐다. 반면 베이너 의원의 경우 연설 내용과 표정이 눈물과 적절하게 어우러져 진심이 묻어났다고 제임스는 설명했다.

정신분석학자 루시 베레스퍼드는 “우리는 정치인에게 모순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아버지처럼 강한 사람이기를 바라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기 원한다”고 강조했다.

눈물이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대통령 선거 도중 눈물을 흘렸고 비평가들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를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프랑스 외교관 출신의 소설가 장 지로두는 “성공의 비밀은 진정성”이라며 “일단 속일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