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공화당 압승 이후] 보수로 진보로… 이념색 더 진해졌다

입력 2010-11-05 18:23

(下) 변화하는 워싱턴 정치

‘공화당은 더 보수적으로, 민주당은 더 진보적으로.’

공화당이 압승한 중간선거 이후 변하게 될 워싱턴 정치의 한 단면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강성 보수 성향의 유권자단체 티파티(Tea Party)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의원들은 공화당 내 어느 누구보다 보수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에서는 티파티 노선에 심정적으로 기울어 있는 의원들까지 합치면 30∼4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상원의원 5∼6명 정도도 티파티 성향으로 분류된다.

재정 문제에 관한 한 이들의 결속력은 상당히 강하다. 그래서 공화당 내에서 ‘티파티 코커스’를 구성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당내 계파색이 엷다. 하지만 이들의 출현으로 공화당은 온건파(moderate)와 강경파(hawkish)로 갈리면서, 동시에 전반적으로 좀 더 오른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민주당의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 공화당과는 달리 정책에 따라 당내 계파가 존재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른바 ‘블루 독(blue dogs)’ 의원(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 이들은 중도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 특히 예산 등 재정 문제에 있어선 오히려 공화당 시각에 가까울 정도다. 이들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로 당선된 의원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54명 중 절반 정도가 낙마했다. 민주당 의원으로 생환했거나 새로 입성한 사람들은 ‘보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인물들로 볼 수 있다.

양당이 더 이념적이고, 당파적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거전에서 이념 색깔이 진했다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기존 의원들과 동질화하는 경향은 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 지도부가 워낙 강경하게 민주당 정권을 밀어붙이고 있어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차기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가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오바마 행정부의 감세 연장 중단조치 철회와 연방정부 예산 1000억 달러 감축,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건강보험개혁법 철폐 등을 공언한 것도 가장 보수적 색깔에 맞는 공격 타깃을 설정한 것이다.

일부 공화당 지도부는 강공 일변도로 치달으면 의사 방해자(obstructionist)나 무조건 반대만 하는(say-no) 정당으로 각인되는 걸 걱정한다. 이제 2012년 대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것이다.

공화당 압승 이유 중 하나는 2006년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원 선거에서 무당파 중 55%가 공화당을, 40%가 민주당을 지지해 15% 차이가 났다. 지난 대선에선 거꾸로 민주당 지지가 12% 많았다. 이들의 ‘변심’은 공화당 지지라기보다 경기침체와 실업에 대한 분노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앞으로 2년간 어떤 생각을 갖느냐가 공화당의 민주당 공격에 대한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정치 행보엔 경제 상황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과 하원의장의 당이 다르고,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이 달라진 미국의 새로운 정치구도는 2012년을 향한 워싱턴 권력 주체들의 전의를 새롭게 자극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