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美, 車 연비 규제 완화 보력은 자충수” 국내 자동차업계 느긋
입력 2010-11-05 21:27
미국 포드자동차는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이례적인 광고를 게재했다. 태극기를 그린 한국 자동차 52대와 성조기를 그린 미국 자동차 1대를 배치해놓고 사이에 “한국이 이곳에 자동차 52대를 보낼 때 미국은 그곳에 단 1대를 수출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포드는 특히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중 외국에서 만들어진 차는 5% 미만”이라며 “이는 한국이 미국은 물론 일본, 독일 자동차의 수입을 막고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해 온 미국 업계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오는 8일엔 한·미 FTA 조정을 위한 제2차 통상장관회담이 열린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측에 연비 규제 등을 완화한 안을 이미 내놓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의 요구가 계속 있었던 만큼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예외 부분은 양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느긋하다. 업계 관계자는 5일 “미국차가 국내에서 안 팔리는 이유는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포드의 광고는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은 BMW 1만3867대, 메르세데스-벤츠 1만3066대, 폭스바겐 8406대, 아우디 6651대로 독일 브랜드가 1∼4위를 휩쓸었다. 미국 브랜드 중에서는 포드(3413대)만이 도요타(5234대), 혼다(4618대) 등 일본 브랜드에 이어 7위로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10월까지 누적 수입차 판매량이 7만39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8737대)보다 51.7%나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차만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미국차는 독일 등 유럽이나 일본차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1∼10월 국내 판매 수입차 중 배기량 3000㏄ 이하가 74.6%에 달하지만 미국차는 비교적 연비가 낮은 3000㏄ 이상이 주력 차종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태년 부장은 “연비를 높여 경제성을 강화하는 세계 자동차 업계 추세와 달리 국내 연비 규제에서 미국차만을 예외로 할 경우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욱 선택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국내 판매대수가 적은 미국차에 특혜를 주면 국내외 업계에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업계의 기대만큼 점유율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