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美 “쇠고기보다 車공략 여지” 판단

입력 2010-11-05 18:20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한·미 간 자동차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합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최근 양국 간 협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몇 차례 진행된 양국 실무협의에서는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한국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워낙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고, 미국도 이런 국내적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동차 문제는 미국 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미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또 한·미 간 자동차 수출입 불균형은 미국 내 FTA 반대론자들에게 좋은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으로선 자동차 문제에서 조금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 반대 여론을 다독이며 협상을 진전시킬 여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으로선 쇠고기보다는 자동차 분야에 논의를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미국 내 분위기도 고려됐을 수 있다. 공화당이 압승한 직후 의회에 강경한 통상압박 분위기가 감돈다. 미국 하원 세입위원장으로 유력한 공화당 데이브 캠프 의원(미시간주)은 지난 3일 “FTA 비준을 원한다면 한국은 쇠고기와 자동차 시장 개방을 한층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한국을 압박했다. 세입위는 FTA 비준안 통과에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상임위다.

미국 포드자동차도 4일 한국이 2007년 한·미 FTA 당시 합의 수준 이상으로 자동차 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광고를 워싱턴포스트(WP) 등 20여개 신문에 일제히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FTA 비준 문제는 미국 내에서 사실상 정치적 문제다. 친기업적 성향의 공화당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차기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는 선거가 끝난 뒤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비준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면 서울 G20 정상회담 전에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