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검찰 신중했어야” 민주 “국회 유린당했다”…발칵 뒤집힌 정치권
입력 2010-11-06 00:12
검찰이 5일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의원 사무실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대정부질문 시간에 벌어진 검찰의 기습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스럽다”며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행정부에 의해 국회가 유린됐다”며 대여(對與) 초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손학규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는 없애고 통치만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관을 보여준 사례”라며 “1979년 박정희 군사 독재시절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를 제명한 후 유신 정권은 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검찰총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월 5일은 국회가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포폰 압수수색을 이렇게 번개처럼 했느냐,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대통령 측근을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수사했느냐”며 “민주당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저녁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 체제에 돌입키로 했다. 우선 조배숙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 국회 탄압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으며, 7일에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이어 긴급 의총을 갖기로 했다. 또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들과 함께 공동 대응하기로 했으며, 다음주부터 결의대회와 상임위를 통해 검찰 수사 문제를 집중 비판키로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G20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의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상식에 반하고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며 검찰이 신중했어야 했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안형환 대변인은 “전에 없던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면서도 “10만원 소액 후원금 제도에 대한 논란이 큰 만큼 사실관계 등에 대한 객관적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수사 중인 사항으로 언급하는 게 맞지 않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자로 나선 의원들도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경위 등을 따졌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검찰이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회의원을 때려잡는 수사를 한다면 공정사회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백주대낮에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고 과거 유신정권이나 5, 6공 때도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이귀남 법무장관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검찰에서 그럴 만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김황식 총리는 “왜 이 시점에 그런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 행해졌는지 저로서도 의아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