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에 “양적완화 해명하라” 반격
입력 2010-11-05 21:07
“미국 때문에 세계 경제 회복에 손상이 올지도 모른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5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000억 달러를 쏟아 붓는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은 데 대한 비판이다.
추이 부부장은 “양적완화 조치는 많은 나라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설명하지 않으면 세계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에 손상이 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인위적으로 환율 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 선언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린 이유를 해명하라는 것이다.
중국은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미국의 대내정책이 자국에만 최선의 정책이고 세계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면 각국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문제는 국제통화체제 개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뿐만 아니다. 브라질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Fed가 헬기로 달러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고, 독일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미국 문제도 해결 안 되고 세계적으로 다른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월스트리트의 큰손 짐 로저스는 “(Fed 의장) 벤 버냉키는 경제도, 통화도, 금융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는 건 돈 찍어내는 것뿐”이라고 조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태국 홍콩 등의 반응도 전하면서 “신흥국의 비난이 빗발친다”고 전했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Fed가 달러를 풀면 미국 밖으로 대량 유출돼 신흥국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의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의 부담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자 1면 톱기사로 “위안화의 앞길이 혼란스럽다”고 보도했다. 넘치는 달러로부터 중국 경제를 방어하려면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데,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경계심이 중국 관료들 사이에 팽배하다.
한편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외화의 급격한 국내유입을 우려해 외국환 은행에 대해 벌여왔던 특별 외환공동검사를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 이후 첫 대응조치다.
한은과 금감원은 오는 15~23일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추가로 공동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이동훈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