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금 몰려 원유·금값 폭등… 인플레 우려 현실화되나
입력 2010-11-05 21:54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 금값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껑충 뛰었다. 달러가 시장에 풀리면 달러로 표시된 국제상품 시세가 더 오를 것이라는 투기적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달러 홍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달러 홍수를 예상한 움직임은 국제 선물시장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80달러(2.08%) 상승한 86.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 선물가격은 지난 2∼3일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해 4.3%나 상승했다. 예견된 조치였지만 양적완화 규모와 기간이 확정되자 원유에 대한 ‘사자’ 주문이 몰려든 것이다.
실제로 국제원유시장의 투기자금 쏠림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WTI 선물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포지션이 최근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WTI 순매수포지션은 다음 달 유조선에 실릴 원유값을 미리 정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인 ‘사자’ 주문 가운데 ‘팔자’ 주문을 뺀 수치로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적 자금 규모를 측정할 때 쓰인다.
두 달 전 1만 계약(1계약=1000배럴)에 불과했던 WTI 순매수포지션은 지난달 말 12만5000계약까지 치솟았다. 통상 원유시장의 투기적 순매수 거래량은 경기전망이 뚜렷하게 밝아지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될 때 현금 대신 물건을 보유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몰리면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번 경우가 강한 투기 성격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달러 가치하락과 환율경쟁이 맞물릴 경우 전 세계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 나타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투기자금이 선제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투기 움직임은 국제 금시장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 직후 영국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의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1381달러로 전날보다 2.6%나 치솟았다.
정동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