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한 일본인 사제의 ‘아름다운 기부’… 故 마쓰자카 가쓰오 신부

입력 2010-11-05 17:49


일제 강점기 한국에서 사역했던 일본인 사제가 유산을 한국에 기증했다.



대한성공회는 1934년부터 46년까지 조선성공회에 파송됐던 고(故) 마쓰자카 가쓰오(松坂勝雄·1905∼1993) 일본성공회 신부의 유족이 고인의 유산 500만엔(6800만원)을 서울주교좌성당에 기증했다고 5일 밝혔다. 양국 성공회는 그간 꾸준히 교류와 지원을 이어왔으나 일본성공회 소속 개인이 대한성공회에 유산을 남기긴 처음이다.



도쿄제국대 화학과를 나온 마쓰자카 신부는 목회에 뜻을 품고 일본 성공회신학원에 입학, 1934년 졸업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1935년 조선성공회에서 전도사 인가를 받고, 그 다음 해 사제 서품을 받았다. 해방 다음 해까지 한국에 머물며 조선성공회 대구교회 보좌사제, 경성교회(현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로 시무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는 도쿄교구, 도호쿠교구 등에서 사역하다 75년 은퇴했고 93년 지바현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마쓰자카 신부는 생전에 자신이 사제 서품을 받은 땅이자, 목회 생활 초반부를 보낸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였으며 한국인과 일본인이 한 교회 안에서 따로 예배드려야 했던 식민지 목회 시절에 대한 회한도 많았다고 한다.

유산 기증은 마쓰자카 신부가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을 관리하던 부인이 지난해 작고하면서 조카인 하라 미네코씨에게 고인의 뜻을 전해 이뤄지게 됐다. 마쓰자카 신부는 “얼마 안 되는 재산이지만 서울주교좌성당의 선교 사업과 한·일 우호증진을 위해 쓰도록 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서울주교좌성당은 추수감사주일인 7일 주일감사성찬례에 미네코씨와 고인의 친조카인 마쓰자카 유키오씨를 초대해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성당 관계자는 “기부금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성공회 관계자 46명은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오는 12∼15일 방한, 43년 일본의 대동아전쟁 당시 전쟁물자 공출로 압수됐던 강화읍교회의 정문 계단 난간을 복원해 봉헌하고, 독립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등을 순례할 계획이다. 일본성공회는 지난 광복절 때 “한반도 식민지 침탈을 사죄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성명을 냈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