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복원 총지휘 신응수 대목장 “인공적 건조절차 안 거쳤다”

입력 2010-11-05 21:30


“광화문 복원공사를 총괄하는 도편수로서 현판이 갈라진 것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나무의 뒤틀림 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불찰입니다.”

광화문 현판 균열 원인을 두고 “자연현상이다” “졸속공사 탓이다”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응수(68) 대목장이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판 제작 과정을 자세히 털어놨다. 신 대목장은 현판으로 쓰인 나무에 대해 “지름이 60㎝가량 되는 수령 100년 이상 된 강원도 금강송”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대책회의 후 “본인이 고른 것으로 직접 3년 이상 건조한 목재였다”고 문화재청이 낸 해명자료와 관련, “창고에서 금강송 원목을 살펴보니 3년 이상 보관돼온 것으로 자연건조된 상태를 말한 것이지 인공적인 건조절차를 거쳤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건조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절변화에 따른 자연현상이라는 문화재청의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신 대목장은 “현판 제작은 오옥진 각자장이 전체 책임을 맡았으나 마땅한 목재를 구하지 못해 나에게 의뢰해 왔고 내가 보관하고 있던 금강송을 제공했다”면서 “육송의 특성상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다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급격한 수축과 팽창이 반복돼 현판 표면이 갈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오 각자장은 지난 6월 1일 목재를 제공받았고 폭 45㎝짜리 나무판 9개를 연결해 현판을 만들어 8월 15일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달았다. 나무를 충분히 건조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두 달간의 작업으로 현판이 제작돼 졸속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대목장은 “3년이 넘는 공사기간에 광화문의 얼굴인 현판을 미리 만들어 두어야 마땅하지만 한글이냐 한문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데다 원형 글씨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준비가 소홀한 측면이 있다”면서 “책임질 부분은 있지만 공기를 앞당긴 졸속완공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화문뿐 아니라 숭례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도 맡고 있는 그는 복원에 필요한 나무를 자신이 운영하는 목재회사에서 공급받는다. 이를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신 대목장은 “조달청 공개 입찰을 거쳐 위탁을 맡은 만큼 떳떳하다”면서 “광화문 현판 나무도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싸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복원공사 목재 총 구입비 22억2800여만원 가운데 현판 나무 구입비는 22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 맞춰 광화문 완공을 앞당겼으나 각국의 정상들에게 정작 금이 간 현판을 보여줘야 하는 사실이 안타깝다는 신 대목장은 “이왕 이렇게 된 것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 되고 내년 봄까지 상태를 지켜본 뒤 보존처리 전문가들의 조사·분석을 거쳐 제대로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