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빠진 남자 “114죠? 119가 몇 번인가요”

입력 2010-11-05 19:11

‘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가 올해로 75주년을 맞았다.

토털 컨택서비스기업 KTcs는 5일 ‘75주년 맞은 114 변천사’ 자료를 통해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의 역사를 소개했다.

서비스는 1935년 10월 1일 경성중앙전화국 교환방식이 자동으로 바뀌면서 시작됐다. 당시 번호는 ‘100’번이었다. 시대상을 반영하듯 고객을 응대하는 인사말도 여러 번 바뀌었다. 초창기 무미건조한 ‘네’에서 시작해 80년대 들어서는 ‘○○호입니다’라며 번호로 인사를 대신했다. 114에 전화 걸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안내입니다’도 있었는데 이를 ‘안 됩니다’로 잘못 알아들어 “뭐가 자꾸 안 되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90년대엔 공공기관의 서비스 마인드가 강조되면서 친절함을 나타내는 ‘네네∼’가 쓰이기 시작했다. ‘솔’음의 ‘안녕하십니까∼’가 등장한 건 97년. 독특한 억양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2006년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10년 가까이 지켜오던 인사말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상담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편리한 정보, 114입니다’ ‘반갑습니다’ 등 간단한 인사말이 쓰이고 있다.

에피소드도 많다. 맨홀에 빠진 한 남성이 114에 전화를 걸어 너무 당황한 나머지 “119가 몇 번인가요?”라고 물었다거나, 2007년 ‘사랑합니다. 고객님’ 인사말을 들은 70대 노인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은 유명하다.

한편 직원 한 명이 하루에 받는 전화는 평균 1100여 통인 것으로 집계됐다. 97년부터 80원의 요금을 받기 시작해 현재는 120원(주간)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