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GPS’를 넘어 ‘HIS’로

입력 2010-11-05 17:38

세계적인 구약학자이자 선교학자인 크리스토퍼 라이트 국제랭함파트너십 대표는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회국에서 열린 제3차 로잔대회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국제랭함파트너십은 복음주의 거장인 존 스토트 목사가 제3세계 청년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단체. 스토트의 은퇴 이후 라이트가 뒤를 이었다.

74년 열린 1차 로잔대회의 주역은 존 스토트와 빌리 그레이엄 목사였다. 스토트가 세계 선교의 방향과 전략을 담은 로잔 언약의 기초를 잡았다. 이번 3차 대회에서 로잔 서약의 기초를 다진 인물은 라이트. 이로써 라이트는 존 스토트의 진정한 후계자가 된 셈이다.

존 스토트가 1차 로잔대회에서 목회자들에게 강조한 것은 투명성과 정직이었다. 세계 선교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들은 정직과 투명성이 없이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로잔 동아시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최형근 서울신대 교수는 “2년 전에도 스토트 목사가 세계 교회 지도자들에게 정직과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존 스토트의 후예’인 라이트 대표가 이번 로잔 대회에서 강조한 것은 36년 전 스토트 목사가 말한 것과 비슷하다. 라이트는 지도자들에게 ‘HIS’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겸손(Humility)과 정직(Integrity), 단순함(Simplicity)의 영문자 이니셜을 딴 것이다. 그는 교회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3대 우상을 ‘GPS’, 즉 탐욕(Greed)과 권력(Power), 성공(Success) 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를 타파할 개념으로 ‘HIS’를 제시했다.

라이트 대표는 “36년 전(로잔 1차대회) ‘교회를 향한 도전’으로 지적된 많은 것들이 아직도 투쟁해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 통탄스럽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도전들(성공과 탐욕과 권력)을 제거하고 겸손과 정직, 단순함을 세워나가는 노력은 지금 시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라이트 대표가 말한 ‘HIS’임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이제 목회자뿐 아니라 목회자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GPS’가 아니라 ’HIS‘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지도자를 평가해야 할 때가 왔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