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안전 강화하되 민생도 살펴야

입력 2010-11-05 17:44

오는 11∼12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몇몇 과잉 대응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G20 회의가 국가 대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G20 의장국으로서의 품격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잉 대응의 대표적 사례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나왔다. 서대문구는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G20 회의기간에 음식쓰레기 처리시설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밥도 해먹지 말라는 것이냐”는 주민 항의에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깨끗한 거리 만들기’ 캠페인을 서울 각 자치구가 진행하고 있다지만 실로 후진국형 발상이 아닐 수 없다. G20 포스터에 쥐를 그린 대학 시간강사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매끄럽지 못하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당초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될 일이었다.

외신도 한국의 G20 과잉 열기를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서울에 G20 열풍, 어린이들이 환율 숙제까지’라는 서울발 기사에서 공무원들의 거리 청소 동원, 7세 어린이들 경제학 공부 등의 현상을 다뤘다. 외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으나 사회 분위기가 G20 회의에 매몰돼 도를 넘은 부분이 없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G20 회의는 성공적으로 개최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야 한다.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 강화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경찰이 6일부터 최고 비상령인 ‘갑호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간다. G20 행사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철저한 경비·경호 태세를 갖추길 바란다. 다만 행사장 등에 경찰력이 집중되면 민생치안이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치안 공백이 없도록 복무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발휘돼야 한다. G20 반대 진보진영이 다음 주에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고 투쟁 수위를 높인다고 하는데 자제하길 촉구한다. 합법적 집회야 보장되겠지만 과격 시위나 불법 행위로 정상회의를 얼룩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도 ‘G20 회의 성공’이란 강박감을 떨쳐버리고 보다 세련된 자세로 정상회의를 준비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