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난 속 수양관 새 활로는… 시설·테마 특성화로 4계절 찾는 공간으로

입력 2010-11-05 17:36


교회가 영성훈련과 심신수양을 목적으로 세운 수양관이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른 생활패턴 변화와 영적 침체라는 암초에 부딪히면서 특성화 전략을 모색할 시기에 왔다.



수양관은 1970∼80년대 한국교회 성장의 산물로 중대형교회를 중심으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도열기가 점차 식어가고 가족 중심의 여가문화가 발달하면서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성도들의 이용률 저조와 재정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매년 수억원의 유지비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일부 교회는 은밀히 매각을 추진하거나 시설을 방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수양관에 대안학교를 유치하거나 추모관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수양관은 주로 10명 안팎의 인력이 상주하며 시설 보수와 식당 업무를 본다. 시설 유지비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매년 3억∼10억원 가량 들어간다. 주말을 이용해 교인들이 이용하기도 하지만 여름·겨울 전 교인 성회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강당과 숙소, 세미나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주로 외부 단체나 타 교회에서 대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기서 나오는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서울지역 교회는 주로 경기도 가평, 광주, 양주, 용인, 파주, 화성 등 1시간 거리에 수양관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역 교회는 강화도를 선호하는 편이다. 파주 오산리금식기도원(여의도순복음교회)이나 수원 흰돌산기도원(연세중앙침례교회)처럼 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에 실촌수양관을 운영하고 있는 천호동교회(여성삼 목사)는 1994년 본관을 짓고 이후 숙소동과 세미나실을 갖추면서 13만㎡ 규모의 수련시설로 확대했다.

여성삼 목사는 “시설 이용료가 저렴하다 보니 외부 이용객이 많은 편”이라며 “본 교회 교인들은 주로 소그룹 모임이나 여름과 겨울 대규모 성회 때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 목사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라는 장점이 있고 인근에 소망교회와 광림교회 수양관도 위치해 있다”면서 “1년에 5억원 이상이 관리비로 쓰이기 때문에 최소 1000명 규모는 돼야 안정적으로 수양관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실촌수양관은 성도들의 시설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 100% 크기의 성막 설치나 박물관 건립, 양로원 운영 등 특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20만㎡의 대지 위에 십자수기도원을 운영하고 있는 왕성교회(길자연 목사)도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등산로 개발, 음악회 개최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길자연 목사는 “한국교회 기도 영성이 점차 퇴색되고 여가문화가 바뀜에 따라 펜션을 빌려 집회를 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교회는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에 나섰다가 손해가 크다는 사실을 알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길 목사는 “기도원이 최근에야 흑자로 돌아섰는데 성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과감하게 주변 미술관과 사우나 등 편의시설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인천 강화군 선행리에 성산예수마을을 시작한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도 4만㎡의 대지 위에 수양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성규 목사는 “오산리금식기도원이 가깝기 때문에 부흥성회보단 일반 교회에 시설을 개방하고 있는데 아직 적자 상태에 있다”면서 “시설 유지를 위해선 수억원이 필요하므로 규모가 비슷한 교회 4∼5개가 공동으로 수양관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현실에서 특성화의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는 곳이 하이기쁨교회(조병호 목사)다. 이 교회는 2009년 경기도 가평군 회곡리에 1만㎡의 수양관을 건립할 때부터 성경통독이라는 특화된 전략을 선택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교회는 매월 성경통독 정기집회와 48시간 성경통독 완독, 겨울과 여름 청소년·장년 집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목회자를 위한 성경강의 등을 운영하면서 매달 3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교인들도 주말농장과 잣나무축제 등을 통해 주말 수양관을 활용하고 있다.

조병호 목사는 “한국교회 성장이 멈추면서 수양관도 영적 수련과 재충전이라는 본래 목적을 재점검해야 할 시기에 왔다”라면서 “교회는 수양관을 지을 때의 열심을 갖고 어떤 콘텐츠로 수양관을 특화할 것인지, 성도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