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8일 수능 당일 어떤 도시락이 좋을까… 영앙소 풍부하고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입력 2010-11-05 18:05
11월 18일. 고3 수험생이 있는 집이라면 당사자는 물론 엄마의 머리 속에도 아로새겨져 있을 날짜다. 바로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다. 이날을 위해 엄마는 머리 속에서 도시락을 수십 번도 더 쌌을 것이다. 온힘을 다해 시험을 치를 자녀를 위해 어떤 먹거리가 좋을지 수험생을 돌봤던 이웃들에게 귀동냥도 하고, 인터넷에서 눈동냥도 하면서….
영양학자들은 물론 수험생 도시락을 싸본 엄마들의 공통된 조언은 특별식 무용론과 모의 도시락 프로젝트(?)로 요약된다. 식품영양재단 김주현 선임연구원(동서울대학 호텔외식조리전공 교수)은 “평소 잘 먹지 않았던 새로운 음식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면서 “익숙한 음식 중 소화가 잘 되고 영양소가 풍부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파워블로거 윤희정씨는 “보름 전부터 수능 도시락과 간식을 싸서 어떤 것이 아이 입맛에 맞는지 실험을 했다”면서 “그 가운데 아이가 좋다는 것을 수능 당일 싸줬다”고 말했다. 윤씨는 재작년 딸을 대학에 보내면서 모의 수능 도시락을 블로그에 소개해 수험생 엄마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D-12인 월요일부터 모의 수능 도시락을 싼다면 9번 정도 기회가 있다. 몇 가지 세트를 구성해 2, 3회 싸주고 반응을 살펴보자. 우선 시험당일 따끈한 밥과 국, 반찬을 먹을 수 있는 보온도시락부터 준비한 뒤 메뉴를 구성하자.
김 연구원은 “두뇌회전에 필수요소인 포도당과 비타민,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집중력을 높여주는 고단백이 듬뿍 들어 있는 재료로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에 들어 있으므로 밥으로 해결된다. 가능하면 비타민이 풍부한 발아현미 등을 섞은 잡곡밥을 싸줘 보자.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절대 강요해선 안 된다. ‘죽 쑨다’는 어감 때문에 싫다고 하지 않는다면 죽도 좋다. 소화가 잘 되고 위에 부담 없는 야채죽이나 버섯죽 전복죽이 알맞다. 고단백 식품으로는 순살쇠고기, 계란, 두부 등을 꼽을 수 있다. 쇠고기를 조리할 때는 먹기 좋고 소화흡수가 잘 되도록 갈아 조리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버섯과 시금치, 칼슘 무기질 오메가3가 풍부한 멸치와 닭도 더없이 좋은 재료다. 두뇌회전에 도움이 되는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된장도 추천 재료다.
조리법도 신경 써야 한다. 기름기가 많으면 위에 부담이 돼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체하기도 쉬우므로 튀기는 것은 금물. 나물류는 살짝 데쳐 맵지 않게 조물조물 무치고, 달걀 두부 생선 등은 수분이 남도록 찌거나 조리는 것이 좋다.
윤씨는 “딸이 도시락보다 따뜻하게 싸준 매실차가 더 도움이 됐다고 했다”면서 도시락과 함께 따끈한 차를 꼭 준비해주라고 조언했다. 기왕 차를 마련한다면 시험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차 전문가 진수수(차전문점 티앙팡 대표)씨는 “각성효과가 있어 집중력을 높여 주는 커피와 홍차도 도움이 되고, 허브티도 좋다”고 말했다. 자녀가 평소 소화가 잘 안된다면 소화력을 높여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레몬그라스나 오렌지필(귤피차), 소화에 문제가 없다면 머리를 맑게 하고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세이지가 좋다. 알맞은 농도로 우려 보온병에 담아 보내면 된다. 진씨는 “여학생들은 종종 생리기간과 수능일이 겹쳐 맘고생을 하기도 한다”면서 이럴 때는 두충과 작약으로 차를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머그잔 2컵 분량의 물에 두충과 작약을 1큰술씩 넣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이면 된다.
엄마가 정성껏 마련해 준 도시락을 고스란히 남겨오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면 밥도 안 넘어가는 법. 본인은 배 고픈 줄도 모르지만 공복이면 머리가 잘 돌아갈 리 없다. 이런 학생들은 물론 도시락을 잘 먹었다 해도 짧게는 40분, 길게는 100분 이상 집중 하다보면 공복감이 들 수 있다. 따라서 도시락 외에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제대로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마그네슘이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되고 공복감도 풀어주는 바나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귤과 블루베리, 오후 시간대에 허기를 느낄 때 에너지를 보충해줄 수 있는 초콜릿 등을 간식거리로 싸주면 좋다”고 추천했다.
수험생 엄마들이 도시락 준비만큼 신경 쓰이는 것이 시험 당일 아침식사다. 고3 학생 대부분이 아침을 거르는 편이다. 시험 당일에 억지로 먹일 수도 없고, 굶겨 보낼 수도 없고 걱정이 태산일 터.
김 연구원은 “아침은 꼭 먹어야 하므로 집에서 먹을 시간이 안 된다면 시험장에 들어간 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준비해주라”고 귀띔했다.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지은 밥에 견과류나 멸치, 쇠고기 다진 것 등을 넣어 한입에 쏙 들어가도록 작게 싸서 보내주도록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