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그날’… 주인공의 존재 이유는 따뜻한 주변의 시선
입력 2010-11-05 21:40
개그맨 이승윤과 그 상대 박종우의 격투기 도전기 비교 분석
아침에는 잠과 싸우며 힘겹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낮에는 상사에게 혼나고 동료와 경쟁하면서 생존을 고민한다. 늦은 밤이 돼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반복되는 일상.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 굳어버린 일상이 변하는 순간이 있다.
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8시45분에 방송되는 MBC ‘그날’은 지루한 일상에 균열을 일으킨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주목한다.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인물 자체를 좇았다면, ‘그날’은 상황과 그 상황을 바라보는 주체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시간을 ‘그날’로 한정한 것은 인물의 행동을 72시간 동안 관찰하는 KBS 2TV ‘다큐 3일’과 닮았다. 하지만 상황을 바라보는 여러 주체들의 시선을 교차시킨다는 점은 ‘그날’이 여느 다큐멘터리와 차별화된다.
6일 방송되는 첫 회는 ‘개그맨 이승윤, 격투기 도전하는 날’이다. 이승윤의 ‘그날’은 지난 10월 23일. 그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서울 로드 FC 경기장에 올라 이종격투기 시합을 벌였다.
그의 꿈은 관중들의 환호 속에 링 위에서 남자답게 겨뤄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꿈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이승윤의 일상은 새롭게 변한다.
9월부터 본격적인 격투기 연습에 돌입하면서 운동, 방송, 공연을 병행하는 살인적 일정이 이어진다. 살이 빠지고 얼굴에는 멍이 들기 일쑤다. 연습을 하다가 과로로 의식을 잃기도 했다. 카메라는 연습을 이어갈지를 놓고 갈등하는 이승윤과 그를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을 담아 한 인간의 고민과 열정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한편 10월 23일은 24살 청년 박종우씨의 ‘그날’이기도 하다. 박씨는 이승윤의 데뷔전 상대다. 전남 순천에 있는 한 체육관에 소속된 그는 운동 경력이 2년인 대학생이다. 운동과 상관없는 전자 공학을 배우면서도 운동이 좋아서 탁구 동아리에 들고, 킥복싱 아마추어 대회에도 나가며 운동에서 눈을 못 떼는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관장님은 격투기시합 출전을 제안했고, 이제 그는 전공을 아예 체육쪽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볼까 한다.
그렇게 출전한 경기의 첫 상대가 개그맨 이승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방송국에서도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승윤의 그날’과 ‘박종우씨의 그날’을 비교하는 재미는 이 프로그램의 백미다.
허태정 MBC 시사교양국 부장(CP)은 “그날을 대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태도, 희로애락을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소통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