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방학인데… 영어캠프 보낼까? 말까?

입력 2010-11-05 17:20


초등학교 상급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요즘 바쁘다. 겨울방학 동안 자녀들의 ‘스펙’을 ‘확’ 늘려줄 수 있는 캠프를 알아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인기 있는 해외영어캠프는 이달 중순쯤이면 마감되기 때문에 마음이 더 조급하다.

영어 캠프 마감이 빠른 것은 비자 발급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있지만 ‘영어 잘 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부모들의 열망이 큰 때문이다. 학교 공부만으로는 외국인 앞에선 벙어리인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일류대학을 나와도 토익 점수가 낮으면 회사 입사원서조차 낼 수 없는 우리나라 풍토에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산층 가정의 한달 생활비를 웃도는 참가비, 꼭 보내야 하는 걸까? 짧으면 1개월, 길어야 3개월인 해외영어캠프가 영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영어 공부의 지름길=해외영어캠프 참가비는 미국 캐나다 등은 4주에 800만원선이고, 필리핀은 6주에 450만원선이다. 비용만 부담스럽지 않다면 해외영어캠프가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립국제교육원(EPIK) 미국현지사무소 이영신 소장은 “영어교육이란 언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영어의 본고장에서 직접 영어를 접해 보는 것이 더 없이 좋은 영어교육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영어캠프를 통해 입이 열린 학생들이 적지 않다. 임동현(13·서울 불암 6)군이 4학년 겨울방학 때 3개월간 해외영어캠프를 다녀와 엄마 품에 안기면서 한 첫마디가 “엄마! 이제 외국인하고 영어로 말할 수 있어요”였다. 임군의 어머니 한수은(40)씨는 “동현이는 머릿속에선 문장을 완성해도 막상 말은 못했는데 입이 뚫렸다”면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책임감과 자립심까지 생겼다”고 자랑했다.

◇잘못하면 역효과=해외영어캠프를 다녀왔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영어를 술술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씨는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보냈다가 시간과 돈만 버린 경우도 여럿 봤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아이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게 된다. 따라서 해외 영어 캠프를 보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 의사다. 자녀가 가고 싶어 한다면 성격 경험에 따라 알맞은 캠프를 골라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청소년캠프협회 김석영 간사는 “어학에만 초점을 맞춘 캠프부터 문화체험을 곁들인 투어형까지 다양하므로 나이 성격 캠프 경험 유무에 따라 알맞은 형태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캠프 경험이 있거나 집중수업에 강한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소규모 집중 수업과 1대 1 교육이 진행되는 스파르타식의 ‘몰입형 해외영어캠프’, 처음 참가하거나 체험활동을 통한 학습이 효과적인 저학년이라면 영어교육과 특별활동이 섞여 있는 ‘체험형 해외영어캠프’가 효과적이다. 조기유학을 계획하고 있거나 원어민 가정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현지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듣고, 그곳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스쿨링 캠프’가 도움이 된다.

◇주관 업체 잘 골라야=방학 중에는 해외 영어 캠프를 운영하는 업체가 4000여곳이 넘는다. 이 중에는 상당수가 참가자만 모집해 넘기는 브로커들이다. 캠프 포털 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은 “해외캠프 운영 경험이 있는 전문업체를 선택해 공개설명회에 직접 참가하고, 보험 및 자격 서류, 비자 종류, 환불규정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신청하라”고 당부했다. 보험 가입서류가 있다면 현지 실제 운영업체로 안전 대책도 마련한 업체다. 미국 캐나다는 학생비자, 필리핀은 SSP 인증을 갖췄어야 현지에서 허가된 교육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다.

김 국장은 “국내 지점이나 관리 회사가 없고 해외 연락처와 현지 은행정보만 있는 업체는 사고가 발생하면 해결이 어려우므로 피하는 게 좋다”면서 “입금 전 반드시 계약서를 받아 피해 보상 규정 등을 확인하고, 업체의 사업자등록증 번호도 적어 두라”고 조언했다.

◇다른 방법은 없나=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영어마을 등 국내영어캠프는 해외 영어캠프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원어민 강사들이 운영해 해외영어캠프에 버금가는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10일 일정에 60만∼130만원이므로 적은 비용은 아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 영어캠프도 보낼 형편이 아니라고 해서 자녀의 영어 공부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자녀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골라 부모가 함께 매일 소리를 내 읽고 난 뒤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법을 김 교수는 추천했다. 발음에 자신 없다고 고개를 내젓는 부모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발음보다는 상황에 맞는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발음이 걱정이라면 원어민 테이프를 같이 듣는 것도 방법”이라고 일러 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