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업무정지 3개월 상당’ 중징계… 등기이사직도 사퇴 압박

입력 2010-11-05 00:24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라 전 회장이 유지하고 있는 등기이사직 사퇴에 대한 압박도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신한은행 실명제 위반 관련 심의를 벌여 라 전 회장에 대해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결정, 최종 징계 여부를 금융위원회로 회부했다.

김용환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절차(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가 남아 있으므로 최종 징계는 모든 절차가 종료된 뒤 결정된다”고 밝혔다. 업무집행정지에 ‘상당’을 붙인 이유에 대해 김 부원장은 “라씨가 회장직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당초 차명예금 취급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경징계 대상에 올랐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에 대해선 영업부장 재직기간 동안(4개월) 창구직원의 실명제 위반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 책임이 없다고 판단, 징계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당초 42명을 제재 대상으로 사전 통보했으나 관련자 소명 내용과 추가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한 결과 대상 인원이 26명으로 축소됐다. 금감원은 실명 확인 의무를 어긴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은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과 신한지주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실명 확인을 하지 않은 차명계좌가 무더기로 개설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라 전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는 17일 금융위원회 제재심의위에서 확정되지만 그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적다. 금융위는 통상 징계 결정시 해당자가 정부의 표창장을 받을 경우 경감해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라 전 회장이 받은 정부 표창장은 이미 시한(10년)이 지난 데다 임원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가 확정되면 앞으로 4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에 임명될 수 없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라 전 회장에 대한 징계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형평성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황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있을 때 생긴 일 때문에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았다.

신한금융 측은 라 전 회장이 스스로 회장직을 내놓으면서 실질적인 직무정지 상태를 선택했으므로 등기이사직 사퇴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등기이사 사퇴는 개인이 결정할 수 있지만 등기이사 임명은 주주총회에서만 가능하다. 신한 측은 등기이사 자리가 비게 되면 내분 수습 등에서 류시열 회장 체제가 탄력을 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 라 전 회장이 내년 3월 주총까지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최종 징계 권한을 쥔 금융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직무정지를 받으면 이사직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한금융의 일부 재일교포 주주도 라 전 회장의 이사직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1대 주주인 BNP파리바 측을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 김찬희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