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총회 “한·미 FTA ‘밀실 재협상’ 반대”
입력 2010-11-04 21:06
민주당은 한·미 정부 간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협의를 ‘밀실 재협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4일 밝혔다. 또 FTA 관련 추가 협상 내용 공개와 협상 책임자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해임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임시 당론을 정하고 다음주 다시 논의키로 했다. FTA에 관한 민주당의 정식 당론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 결정을 위한 의총을 열었지만 원안고수파와 재협상파가 정면충돌하면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 재협상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식 금융제도 등이 신기루라는 게 증명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체결된 FTA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원안고수파인 최인기 의원은 “FTA는 농업 등 피해 산업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2012년 선거를 고려할 때도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한 FTA 협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 기조를 놓고 신경전도 있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이 “현재 진행 중인 재협상에 강력히 반대하되 ‘선 대책, 후 비준’ FTA 당론은 그대로 유지하자”고 하자 정 최고위원이 앉은 자리에서 “원안 유지에 찬성한 적 없다”고 큰 목소리로 항의했다고 한다. 20분가량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자 박지원 원내대표는 ‘추가적 양보 협상에 반대한다’를 임시 당론으로 제시한 뒤 대정부질문 시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는 FTA 최종 당론 결정을 미룬 데 대해 내심 안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장차가 크게 엇갈려 자칫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도 일단 ‘FTA 시험대’를 피했다. 당 안팎에서는 재협상파인 비주류와 정세균 최고위원 등 원안고수파의 이견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할 경우 지도력에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민주당은 한·미 FTA 최종 논의 결과를 보고 당론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협의 내용이 미국에 양보한 측면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비준 반대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당직자는 “양국이 사실상 재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협상파와 원안고수파의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1야당이 내부 충돌이라는 위험 부담을 의식, 국가 현안에 대한 입장 도출을 미룬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