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000억 달러 추가공급] 글로벌 경제 ‘양날의 칼’… 미국發환율전쟁 재현되나

입력 2010-11-04 21:20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달러를 풀면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만 물가상승 심리와 자산거품을 자극하는 악순환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어서다. 어설프게 봉합된 환율 갈등도 재현될 수 있어 오는 11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의 긴장감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양적완화 조치의 두 얼굴=미국의 양적완화 카드는 경기부양보다는 경기 재침체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에선 굼떠진 미국 경기가 최소한 현상유지 상태라도 이어가길 바라지만 문제는 양적완화의 부작용이다.

달러를 찍어내 채권시장의 장기 국채를 흡수하면 미국 내 채권 발행금리가 떨어져 기업은 싼 비용에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개인은 대출이자 부담이 줄게 된다. 채권금리 하락은 이에 연동해 움직이는 시중금리를 추가로 떨어뜨려 은행예금에서 주식과 펀드로의 자금 이동을 일으킨다. 주식으로 돈이 몰리면 외견상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번 2차 양적완화가 내년 미국 성장률을 0.35%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기대했던 기업투자 등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자금조달 비용이 떨어졌음에도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비관해 투자를 미룰 경우 물가만 자극하고, 경기 흐름이 아닌 돈의 흐름에 의한 증시 오름세를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치솟아 세계경제의 자산거품도 키울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정형민 조기경보실장은 4일 “양적완화 규모(8개월간 6000억 달러)가 시장 예상(6개월간 5000억 달러 내외)을 웃돌아 달러 약세와 주식 등 기타 자산시장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며 “다만 미국 내 경기개선 효과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G20 환율 공조체제 흔들릴까=기축통화인 달러가 대량으로 풀리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 각국 통화가치가 오르게 된다. 지난달 23일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된 환율전쟁 ‘정전선언’도 이달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발언도 미국의 양적완화를 겨냥한 측면이 커 보인다”며 “이미 봉합 수순에 접어든 환율 갈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적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실행방안 조율과정에 참여한 국가들의 미국을 향한 성토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선 지난달 경주합의 가운데 시장결정적 환율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환율 갈등의 근본 원인인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이행지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G20 재무차관들은 오는 8일부터 구체적인 조율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