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한 ‘나이스 캐치’… 4m 높이 2층서 떨어지는 두살배기 여고생이 받아
입력 2010-11-04 18:34
지난달 30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천호동의 한 주택 앞에서 주민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4m 높이의 2층에서 키 50㎝쯤 되는 아기가 창밖으로 몸 절반을 내놓고 있었다. 창틀에 매달린 아기는 곧 떨어질 듯했다. 아래는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일부 주민은 “저건 못 구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발만 구르는 주민들을 제치고 달려 나간 사람은 광문고등학교 1학년 김한슬(16)양이었다. 김양은 철조망이 설치된 1.5m 높이의 담장을 뛰어 넘었다. 스타킹이 찢어지고 다리에 피가 났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기가 떨어졌다. 바로 아래서 두 팔을 뻗은 김양은 아기를 받아 안고 바닥을 굴렀다.
아기 김재성(2)군의 외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왔다. 맞벌이 부부 대신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는 김군을 재우고 동네 가게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 사이 잠을 깬 김군이 화장대를 기어올라 창문을 넘은 것이다. 김양은 구조대원이 도착하기 전 할머니에게 김군을 넘겨주고 대문을 나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4일 수소문 끝에 찾아낸 김양에게 표창과 포상금 20만원을 수여했다. 김양은 “아기가 떨어지려고 해서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담장을 넘었다”며 “아기를 받는 순간 10㎏짜리 쌀가마를 진 듯했다”고 했다. 김양이 구한 김군은 3대 독자였다.
김양의 같은 반 친구 서혜령(16)양은 “한슬이는 학교 기독교 동아리 활동에 매일 참석할 정도로 성실하고 반에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양은 학급에서 바른생활부장을 맡고 있다.
광문고는 김양이 대학에 진학하면 입학금을 지원키로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