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는 분화된 ‘小조직’이 더 무서워”
입력 2010-11-04 21:29
알 카에다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은 뭘까.
예멘발 폭탄 소포로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알 카에다 핵심조직보다는 알 카에다의 영향을 받아 활동하는 소규모 조직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예멘의 폭탄 소포 사건의 배후로 꼽힌 알 카에다 아라비아지부(AQAP)와 함께 알 샤바브는 영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알 카에다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 카에다 지도부는 2001년부터 미군의 표적 미사일 공격 등으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후 국제사회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알 카에다는 점조직 형태로 외형을 바꿨다. 세계 곳곳에 산재돼 있는 지역 행동대원들은 소규모 테러 전선을 형성했다. 연계 조직들은 예멘과 소말리아,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투쟁 영역을 확대하고 광범위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들은 미국 측의 신중하고도 느린 작전과는 반대로 신속하게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 성탄절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폭파 기도 사건도 AQAP가 10월 계획에 착수해 2개월 만에 실행에 옮겼다. 미국은 디트로이트 공항 테러 기도 사건 이후 알 카에다의 진화를 확인하기 위해 대대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2월 미 의회조사국(CRS)이 의회에 ‘알 카에다와 그 연계조직’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조직은 AQAP와 함께 알제리와 북아프리카가 주무대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 카에다(AQIM),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 등이다. 그중 AQAP와 AQIM은 알 카에다 핵심 지도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명칭에도 알 카에다를 사용하고 있다. 마그레브는 남아공 월드컵 미국과 잉글랜드 전에 폭탄테러를 경고한 단체다. 특히 에펠탑 폭파 경고 등 프랑스를 주요 타깃으로 테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알 샤바브는 신흥 테러단체로 지난 7월 우간다 수도 캄발라에서 남아공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던 주민 70여명이 숨진 연쇄 폭탄테러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메이 장관은 알 샤바브에 대해 알 카에다의 영향을 받은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후안 사라테 선임연구원은 3일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AQAP는 이번 사건으로 다시금 존재를 드러냈다”면서 “알 카에다가 조직으로서 지도력과 재정, 정통성 등의 측면에서 크게 약화한 게 사실이지만 분산된 지역 하부조직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건 위험한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