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사라지만… G20에 현안 줄줄이 스톱

입력 2010-11-04 21:11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사법·행정 등 주요 정부부처가 해당 기간 예정된 주요 업무를 대부분 ‘올 스톱’했다.



일부에선 해당 기간 음식쓰레기 처리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G20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했다고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국가 전체가 무리하게 G20에 매달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운용 수준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당초 11일에서 16일로 연기했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로 결정돼 있는 회의를 이달에는 셋째주 화요일로 변경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인 G20 때문에 부득이 금통위 회의를 그 다음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일을 못 박은 것은 통화정책의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위해서다. 게다가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터지면서 각국 외환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 행사를 빌미로 미루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조치와 G20으로 인한 정책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정책위원회를 오히려 4∼5일로 앞당겼다.

금통위원을 지낸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물가가 4%대로 뛰는 상황에서 통화 당국이 G20 행사가 있다고 금리 결정을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벤트에 따라 스케줄을 바꾸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껏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도 일제히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C&그룹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G20 이후 정·관계 로비 수사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신한 경영진 검찰 소환도 G20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및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역시 당분간 압수 자료 분석에 주력하는 대신 경영진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달 중순 이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도 국가적 대사인 G20의 성공 개최를 고려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대건설 채권단도 현대건설 인수 본입찰 마감 시한을 기존 12일에서 15일로 미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측에서 연기를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민영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과잉 대응도 국격(國格)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 서대문구는 ‘냄새가 심하다’며 G20 회의기간 동안 음식쓰레기 처리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주민에게 쓰레기를 내놓지 말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 난지 물재생센터’에 위치한 처리시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길목에 있다는 게 이유다.

앞선 2일에는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는 이유로 서울 모 대학 시간강사 박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주민에게 부당한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1960∼70년대에나 벌어졌던 구태”라고 말했다.

강준구 고세욱 김정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