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대상’ 발표 안팎…中企 세정 배려·경영 투명성 검증 초점
입력 2010-11-05 00:29
국세청이 4일 발표한 ‘2010년 정기 조사 대상 선정기준’을 보면 최근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사회 구현과 친서민 정책 드라이브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중소기업은 배려해주고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탈세 행위에 대해선 철퇴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올해 선정된 기업의 세무조사 기간이 내년 말부터 내후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정권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 방지와 맞물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세청 발표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정상의 배려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 검증 강화가 골자다. 전자가 매년 국세청이 추진하는 목표였다면 후자는 이번에 처음 공식화된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이 상당히 구체화돼 있다. 법인의 세 부담은 적은 반면 기업주 일가족의 생활 소비 수준 등 자산운용액에 비해 소득원천이 부족한지 여부를 분석해 자금유출 가능성이 많은 법인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회계조작, 기업 인수·합병(M&A), 역외탈세 등 탈세 유형을 자세히 묘사했다.
게다가 제갈경배 법인납세국장은 “매출액 300억~1000억원 이하 가운데 약 150곳”으로 대상을 더욱 구체화했다. “이 정도면 기업인들 사이에서 어느 기업이 타깃이 되는지 알 정도일 것”이란 말이 국세청 안팎에서 나돌았다.
중견기업만 타깃이 되지 않았다. 내년에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법인 가운데 수입금액 500억원 이상 중견기업 및 대기업은 모두 732곳으로 올해(595곳)보다 137곳(23%) 늘었다. 매출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조사 대상은 올해 86곳에서 내년엔 110곳이 된다. 대기업에 대한 4년 주기 순환 세무조사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국세청의 행보에 대해 최근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정부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여당이 모두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탈세가 비일비재하다고 여겨지는 중견 및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이 서민 지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현동 국세청장이 지난달 주요 회계·법무법인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 대주주와 그 가족들의 해외 재산 은닉, 역외탈세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점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 선정의 배경과 맥락을 같이한다.
기업들은 국세청의 발표에 볼멘 표정이 역력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국세청마저 가세할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세욱 기자, 이용웅 선임기자